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KBO리그에선 최근 도루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것이 비생산적이라는 이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60개였던 도루왕(박해민)은 최근 3년간 내리 30개대에서 결정됐다. 그만큼 시도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도루로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것 보다는 다음 타자의 장타로 한 번에 득점권에 가거나 점수를 올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최근 2년 연속 도루왕이 하위 타순에서 나왔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 다음 타자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질 때나 도루를 시도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 6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2021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1, 2루에서 2루주자 SSG 최지훈이 3루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MK스포츠(인천)=김영구 기자 |
때문에 도루에 대한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도루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도루 자체가 갖는 파괴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야구에서 진루는 아웃 카운트 하나를 버리는 작업(희생 번트)을 통해서라도 만들고 싶은 전략이다. 그 진루를 아웃 카운트 손해 없이 이뤄낸다는 것은 팀 입장에선 큰 힘이 되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올 시즌 초반 경기들 중 걱정되는 장면들이 어렵지 않게 포착됐다. 도루를 너무 쉽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파격적인 시프트를 활용하고 있는 한화전서 나왔다.
개막전인 4일 KT와 원정경기에서 2-2로 맞선 9회말 2사 1루에서 상대 팀 대주자 송민섭에게 손쉽게 도루를 허용했다. 당시 수비수들은 시프트를 하느라 2루 커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송민섭은 어렵지 않게 2루를 파고 들었다.
결국 투수 김범수는 흔들렸고 볼넷과 끝내기 안타를 잇달아 맞으며 패하고 말았다.
6일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열린 SSG전서도 비슷한 경우가 나왔다.
한화는 1-1로 맞선 3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제이미 로맥 타석 때 3루를 비웠다.
3루수 강경학이 유격수 위치에서 수비를 했다. 이때 2루 주자 최지훈이 3루로 파고 들었다. 강경학이 급하게 3루 커버에 들어갔지만, 스타트가 늦어 최지훈을 막지 못했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이를 "선수들의 실수"라고 했다. 좀 더 세밀한 야구를 하면 보완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미 실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계속 실험을 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해 보이는 전략이다.
롯데는 2경기서 무려 3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지난해 도루 저지율이 0.158에 그쳤던 김준태가 주전 포수가 됐는데 올 시즌에도 도루 저지 능력은 향상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투수들의 잘못도 크다. 슬라이드 스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주자들에게 여유 있게 2루를 파고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6일 선발이었던 프랑코는 슬라이드 스텝이 1.4초 가량 걸렸다.
KBO리그엔 워낙 빠른 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적어도 1.3초 안쪽으로는 슬라이드 스텝이 들어와줘야 한다. 1.2초대까지 끌어 내리라고 주문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프랑코는 시범 경기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슬라이드 스텝이 너무 늦다. 지금 페이스라면 더 많은 도루를 허용할 수 있다. 주자를 내보매면 자동문이 될 수 있다.
롯데 배터리의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도루를 시도하는 횟수가 줄었다고
아무리 도루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 중요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KBO리그 수비수들이 도루에 좀 더 민감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