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외였다. 그리고 기대 이상이었다. 프로야구 개막전 토종 선발 맞대결이 얼마 만인지도 따져봤다.
4일 수원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t위즈의 2021 KBO리그 개막전 선발이 소형준(20·kt)과 김민우(26·한화)의 맞대결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예정대로 개막전이 치러졌으면 3일에 열렸을 것이고, 둘이 선발투수로 예고된 상황이었지만, 비로 인해 취소됐기 때문에 외국인 투수들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봤다.
하지만 경기를 보고 나서 양 팀 감독이 왜 소형준과 김민우를 고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소형준과 김민우는 충분히 개막전 선발이라는 중책을 잘 소화할 수 있는 투수들이었고, 실력에 맞는 피칭을 펼쳤다.
↑ 지난 4일 수원에서 열린 2021 KBO리그 개막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맞대결을 펼친 kt위즈 소형준(왼쪽)과 한화 이글스 김민우(오른쪽). 사진=MK스포츠 DB |
김민우도 마찬가지였다.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김민우도 선발투수로서 제대로 시즌을 소화하는 건 올해가 두 번째다. 비록 한 경기지만, 제구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제구가 좋아지다 보니, 피칭이 전반적으로 공격적이었다. 공격적인 승부를 하다보니 결과도 좋았다. 4사구가 1개 밖에 없었다. 5이닝 동안 투구수도 77개 뿐이었다.
특히 둘 다 개막전 선발이라는 압박감을 잘 넘긴 것 같아서 한편으로 기특하기도 했다. 필자도 현역시절 개막전 선발로 많이 등판했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지만, 특히 페넌트레이스를 시작하는 첫 경기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가는 건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특하게 잘 던져준 투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소형준은 자신의 빠른 구속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직구 구속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면, 더욱 위력적인 투수, 그리고 한국 야구를 이끌만한 에이스로 커나갈 수 있다.
직구 구속이 떨어지면 변화구도 밋밋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알기로는 소형준은 최고 150km 이상을 던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도 145km 이상은 충분히 던진다. 프로에 입단한 후 투심 패스트볼 비중을 높이고, 변화구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아는데,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속을 떨어뜨리면 결국 변화구의 위력까지 반감될 수 있다.
김민우도 마찬가지다. 김민우는 지난 시즌에도 직구 구속에 기복이 있었다. 이날 kt상대로도 최고 147km까지 나오다가 최저는 139km까지 떨어졌다.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직구 스피드의 기복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김민우는 워낙 느린 커브나 스플리터가 좋은 투수다. 이제 슬라이더도 던지기 시작했다. 좋은 변화구가 많다. 좋은 변화구가 빛을 발하려면 꾸준한 직구 스피드가 숙제다.
오랜만에 국내 투수끼리의 개막전 선발 맞대결은 반갑다. 둘 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를 잘 극복하는 장면이 있었다.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