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21시즌 메이저리그가 찾아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양한 예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스프링캠프 취재에 벌써 체력이 바닥난 본 기자는 시즌 프리뷰를 준비할 시간을 차마 갖지 못하고 대신 2021시즌을 가볍게(?) 예상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이 예상중에 적중한 것이 있다고 본 기자에게 복권 번호를 물어보는 일은 없기를.
내셔널리그 지명타자가 도입된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지난 시즌 개막 당일 확장 포스트시즌 도입에 합의했다. 이런 과거가 있기에 올해도 많은 관계자, 언론, 팬들은 메이저리그 노사가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에 극적으로 합의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 잭 갈렌처럼 타격 연습, 혹은 실전에서 타격을 하다 부상을 입는 투수들은 더 나올 수도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노사가 합의에 실패한 것은 사무국이 무리한 거래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선수노조에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을 조건으로 포스트시즌 확장을 제안했다. 선수노조는 포스트시즌의 확장이 구단들의 투자 의지를 저하할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고, 합의가 무산됐다. 모두가 원하는 제도가 이렇게 도입이 무산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감독은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들은 지난 시즌의 투구량의 2.7배를 소화해야하며 500일이 넘도록 실전에서 타격을 소화하지 못했다"며 선발 투수들의 타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이 선수들의 커리어가 걸린 문제다. 경기력도 생각해야한다. 팬들은 인플레이 상황을 더 보기를 원한다. 블레이크 스넬이 오타니 쇼헤이의 100마일짜리 강속구를 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건강도 진지하게 생각해야한다"며 재차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을 주장했다.
캠프 기간 부상자도 나왔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잭 갈렌은 타격 연습 도중 팔에 부상을 입었다. 정확한 부상명은 오른팔 전완부 측면 가는선 피로골절. 이제 타격 강도가 올라갈 정규시즌 상황에서 더 많은 부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겠지만, 1~2선발급 투수가 타격 도중 부상을 입을 경우 지명타자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고 노사 수장들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류현진은 등판을 최소 두 번은 거를 것이다.
시즌 초반부터 무슨 부정타는 소리냐고 화를 낼수도 있다. 일단 손에 잡은 돌은 내려놓자. 나에게 5분만 더 시간을 달라. 이 기사를 차분히 읽어보고, 그때도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그때는 그 돌로 나를 쳐도 좋다.
사실 이것은 류현진뿐만 아니라 모든 선발 투수들이 갖고 있는 문제다. 지난해 60경기 단축 시즌이 진행된 결과 선발 투수들은 유례없는 투구 이닝 증가를 경험하게된다. 각 팀들은 이같은 환경에서 투수들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방안을 고심할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닝을 관리하는 것이다. 중간에 등판 순서를 한 번씩 거를 수도 있다.
↑ 토론토는 류현진의 투구 이닝을 관리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류현진은 이같은 상황이 익숙하다는 것이다. 2016년 어깨 부상으로 1경기 4 2/3이닝 등판에 그쳤던 그는 2017년 30배가 넘는 126 2/3이닝을 소화했다. 관리를 했음에도 많은 이닝이었다. 2018년 사타구니 근육 부상으로 82 1/3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2019년 이보다 100이닝이 많은 182 2/3이닝을 던졌다. 올해 규정이닝을 소화한다고 쳐도 거의 100이닝 가까이 더 소화해야하는데 일단 경험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몬토요 감독은 경질설에 시달릴 것이다.
감독은 '잘리기 위해 고용되는(hire to fire)' 팔자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미치면 경질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가장 위태로운 감독은 찰리 몬토요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을 때 감독 자리에 오른 그는 리빌딩 팀을 이끄는 지도자로서는 좋은 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팀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전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몬토요 감독도 인정했듯 팀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상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금방이라도 경질설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구단에서 2022년까지 임기를 보장해줬다고 하지만, 얼마나 그를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로스 앳킨스 단장은 말끝마다 '오랫동안 함께하고싶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단장들의 립서비스는 믿을게 못된다. 진행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이기는 팀'을 이끈 경력이 많은 지도자를 물색할지도 모른다. '리빌딩 모드'에서 '경쟁 모드'로 전환하는 팀들이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올스타 게임은 장소를 옮길 것이다.
2021년 올스타 게임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홈구장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 애틀란타가 위치한 조지아주가 유권자들의 우편 투표를 제안하는 새로운 법안을 준비한 결과다. 이 법안은 유색 인종의 투표 참여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메이저리그 내부에서도 올스타 게임 개최권을 박탈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NBA 등 다른 종목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개최지를 옮기는 선택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메이저리그가 올스타 게임 개최지를 변경하는 것에 동의했고,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임을 밝혔다. 애틀란타를 연고로 하는 코카콜라, 델타항공도 CEO를 통해 이번 법안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연고지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김광현은 올해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사진= MK스포츠 DB |
김광현은 140이닝을 던진다.
캠프 도중 입은 등 부상으로 시즌 준비가 늦어진 김광현, 두 차례 정도 더 실전 등판을 소화한 뒤 복귀할 예정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그를 불펜으로 개막 로스터에 넣는대신 선발로 완전하게 빌드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그만큼 신뢰가 깊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소화 이닝은 예상이 가능하다. 지난 시즌 이런저런 사정으로 39이닝 소화에 그쳤던 그다. 이번 시즌 갑자기 170~180이닝을 맡기는 것은 솔직하게 무리다. 140이닝 정도 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변수는 그가 이번 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다는 점이다. 선수의 열망과 구단의 방임(?)이 더해져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탬파베이는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다.
탬파베이의 2020시즌은 찬란했다. 40승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 뉴욕 양키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연달아 누르고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을 경험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탬파베이다. 후유증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지만, 닉 앤더슨 등이 캠프 도중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탈 선수가 더 나올 수도 있다. 팀을 떠난 블레이크 스넬, 찰리 모튼의 공백도 크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까지 탬파베이는 누군가 이탈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잘 대체해줬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후유증에 얼마나 제대로 대처할 준비가 됐을지 의문이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텍사스 레인저스에 초청선수로 합류한 양현종은 마지막까지 개막 로스터 진입 경쟁을 벌였다. 그의 개막 로스터 합류 여부는 개막 로스터 제출 마감시한인 개막 당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합류하지 않더라도 택시스쿼드로 개막 시리즈에 동행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상황이든 결국에는 빅리그에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텍사스는 지난 시즌 60경기 시즌을 치르며 25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162경기 시즌 더 많은 투수를 기용하면 했지 더 적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도 보이지 않는다. 양현종에게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다.
김하성은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표를 얻는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김하성은 2021시즌을 벤치 멤버로 시작한다. 캠프 기간에 보여준 모습만으로는 다른 내야수의 주전 자리를 뺏기는 충분하지 않았다. 당분간 여러 자리를 돌며 대타 역할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은 언제든 남아 있다. 예전에 강정호가 그랫듯, 그도 언제 어디서 기회를 얻을지 아무도 모른다.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부진에 빠질 수도 있고, 캠프 기간 어깨가 탈났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드러누울 수도 있다. 그 기회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강정호는 그렇게 살아남았었다.
김하성이 꾸준한 활약만 보여준다면, 지난 시즌 김광현과 달리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도 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그는 25세로 아직 젊다. KBO리그에서 오래 뛰었지만, 젊은 나이 때문에 '중고신인'이라는 인상은 생각보다 약하다. 올해의 신인 수상은 조금 힘들 거 같고 표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라테롤은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샌디에이고를 자극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최소 한 번은 싸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거리두기를 무시한 양 팀간 충돌에 대해 엄중징계를 예고했지만, 메이저리거들의 끓는 피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이 시국에도 싸울 때는 싸웠다. 2021년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눈길이 가는 팀은 역시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다. 과거 데이브 로버츠와 앤디 그린, 두 감독의 감정 대립으로 한 차례 충돌한 경험이 있는 두 팀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선두 경쟁을 벌이며 뜨거운 라이벌 관계로 발전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만난 두 팀은 다저스 불펜 브루스다 그라테롤이 글러브와 모자를 집어던지는 세리머니를 하면서 한 차례 감정대립을 벌였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다저스의 새 선발 투수 트레버 바우어가 한쪽 눈을 감고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하는 퍼포먼스로 심기를 긁었다. 분위기는 마련됐다. 다저스 3루수 저스틴 터너는 "이번 시즌 우리는 19번의 월드시리즈 경기를 치르게 된다"는 말로 샌디에이고와 대결을 표현했다.
MLB 노사는 결국 합의한다.
메이저리그의 현재 노사 협약은 2021시즌이 끝난 뒤 만기된다. 새로운 협약에 합의해야한다. 현재 메이저리그 노사 관계는 1990년대 중반 파업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이미 이들은 시즌 재개 합의에 실패하며 추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도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 합의에 실패하며 비난을 샀다.
양 측은 새로운 노사 협약 작성 과정에서도 얼굴을 붉히며 다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결국에는 합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적인 경제라면 연간 100억 달러의 수익을 내는 사업이다.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싶은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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