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올 시즌은 모처럼 좌완 신인들 중에 눈에 띄는 선수들이 생겼다. KIA 이의리와 롯데 김진욱이 선두 주자다.
이의리는 이미 개막 두 번째 경기 선발로 낙점됐다. 김진욱도 마지막 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중이다.
둘의 라이벌 관계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서로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쟁 체제는 보는 이들에게 희열을 안겨줄 수 있다.
↑ 좌완 슈퍼 루키로 관심을 끌고 있는 김진욱(왼쪽)과 이의리. 사진=롯데/KIA |
이의리는 시범 경기서 2차례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을 10개나 잡아내며 3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김진욱도 2경기도 5.2이닝을 던져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이 5개나 있었던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었지만 신인 투수의 데뷔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투구였다.
과연 이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누가 더 좋은 투수일까. 한국 프로야구에는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까.
그래서 트랙킹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특성과 가능성을 엿보기로 했다. 데이터는 그들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투수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트랙킹 데이터 측정은 3월25일부터 그들이 던진 시범 경기 투구 현장에서 직접 이뤄졌다
두 선수는 트랙킹 데이터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누가 더 낫다고 하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수치를 기록했다.
일단 이의리와 김진욱은 같은 신장과 좌완 투수라는 것을 빼면 공통점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투수들이었다.
회전은 이의리가, 높이는 김진욱이 우위를 보였다.
일단 패스트볼의 위력을 측정해볼 수 있는 회전수에서는 이의리가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이의리의 패스트볼 평균 회전수는 2433rpm을 기록했다. 2310rpm의 김진욱도 평균(2250rpm)을 상회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의리 정도의 회전수는 기록하지 못했다.
이의리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좌완 투수 중에서는 국내리그 탑 클래스 수준이었다. 이의리는 커브 회전수에서도 2675rpm으로 2456rpm의 김진욱을 크게 앞섰다.
일반적으로 회전수가 높으면 공이 덜 떨어지는 효과를 보며 타자 앞에서 공이 솟아오르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보다 위압감 있는 투구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의리의 평균 구속은 145.7km가 찍혔는데 그 숫자 이상의 묵직함을 상대에게 안겨줄 수 있는 회전수를 보유하고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높이에선 김진욱이 압도적으로 앞섰다. 특히 김진욱은 KBO리그서 거의 볼 수 없는 유형의 투수임이 밝혀졌다.
김진욱의 패스트볼 평균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 1.91m였다. 리그 평균이 1.85m임을 감안하면 거의 6cm를 더 앞으로 끌고 나와 공을 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릴리스 포인트의 높이다. 김진욱은 릴리스 포인트도 2.01m를 기록했다. 릴리스 포인트의 리그 평균은 1.74m다. 거의 30cm를 더 높은 곳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이의리와 김진욱은 185cm로 신장이 같다. 하지만 릴리스 포인트는 각각 1.86m와 2.01m를 기록했다.
익스텐션을 길게 끌고 나오려면 자연스럽게 릴리스 포인트는 낮아지는 것이 상식이다. 간단하게 손으로 공을 던지는 동작만 취해봐도 알 수 있다. 좀 더 앞으로 끌고 나오려면 높이는 낮아진다.
김진욱은 다르다. 남들보다 더 앞으로 끌고 나와 공을 때리면서도 높이도 최상급의 높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 타자들이 거의 겪어보지 못한 유형의 투수라 할 수 있다.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2019시즌 삼성에서 뛰었던 헤일리가 이런 스타일이었다. 입단 당시 헤일리는 이 같은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기 수월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김진욱에게는 이런 장점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타자들에게 낯선 투구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또한 높은 릴리스 포인트만으로도 타자들에게 압도감을 줄 수 있는 플러스 요인이 있다. 타자들이 투수 손 끝을 올려다보며 타격해야 한다는 건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
패스트볼의 수직 무브먼트도 대단히 위력적이다.
김진욱의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는 61.5cm를 기록했다. 이의리가 52.37cm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큰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리그 탑 클래스가 이의리 수준이다. LG 수아레즈가 수직 무브먼트에서 60cm를 넘겼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진욱도 그에 못지 않은 수직 무브먼트를 갖고 있다. 타자 앞에서 그만큼 더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익스텐션이 길어 상대적으로 체감 속도를 빠르게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더 좋은 것은 구종에 따라 릴리스 포인트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어떤 구종을 던질 때도 꾸준히 2m를 넘거나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 부분에선 이의리가 다소 뒤진다고 할 수 있다.
이의리는 커브를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가 2.11m로 패스트볼의 1.86m보다 25cm나 높은 위치를 보였다. 이 정도 차이라면 타자들이 눈에 익게 되면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될 수 있다.
좀 더 높은 곳에서 각도를 만들려는 의도는 알 수 있지만 이 정도 차이를 계속 유지하는 건 유리할 것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수평 무브먼트에선 이의리라 김진욱을 앞섰다.
패스트볼 수평 무브먼트는 이의리가 -21.42cm 김진욱이 -16.5cm를 기록했다. 이의리가 좀 더 우타자에게서 멀어지는 왼쪽 움직임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무브먼트도 이의리가 -32.43cm로 김진욱의 -7.1cm를 크게 앞섰다. 이의리가 좌투수에게 강할 수 있는 우타자에게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욱은 체인지업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는데 아직 마음 먹은 만큼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두 투수는 닮은 듯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과연 이들의 경쟁에서 누가 웃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건 두 선수 모두 리그 톱 클래스의 무기를 하나 이상씩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올 시즌 대성공을 거둬도 이상할 것 없는 수치를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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