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유광점퍼는 적의 입장에서만 봤는데, 잘 어울린다니 기분이 좋네요.”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함덕주(26·LG트윈스)는 해맑게 웃었다. 모처럼 여유가 느껴졌다.
함덕주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SG랜더스와 2021 KBO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LG는 함덕주의 호투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 29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프로야구 KBO 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선발 함덕주가 투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이날 함덕주는 직구(22개), 슬라이더(15개), 체인지업(7개), 커브(5개) 등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까지 나왔다. 비록 최전성기 시절처럼 140km를 넘는 직구가 많진 않았지만, 공 끝에 힘이 넘쳤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각도 예리했다.
특히 공격적인 피칭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1회 세 타자를 모두 루킹 삼진 처리했을 정도로 함덕주는 빠른 승부를 펼쳤다. 볼판정을 받은 공들도 보더라인 근처에서 형성됐다. 함덕주는 “처음 호흡을 맞춘 (유)강남이 형의 프레이밍이 기막히더라”라며 “낮은 공을 잘잡아줘서 너무 신이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더 힘있게 던졌나보다”라고 말했다.
물론 빠르게 스트라이크 위주 피칭을 한 게 주효했다. 함덕주는 “오랜만에 공을 던지는 데다 예정된 투구수(최대 50개)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타자와 승부하려고 했다. 그래서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면서 내 구종을 점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포수 유강남과의 첫 호흡인 것도 영향이 있었다. 그는 “강남이 형도 처음이니까 다양한 구질과 로케이션으로 사인을 냈다”면서 “한 두 개를 제외하고는 강남이 형 사인대로 던졌다”고 덧붙였다.
두산 시절부터 선발 보직을 바랐던 함덕주는 투구수가 적긴 했지만, 선발로 기대를 한껏 높였다. 함덕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는 “이적 후 첫 경기여서 많이 떨렸다. 첫 인상이 중요한 만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솔직히 잘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나름 잘 풀려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날은 자신의 투구에 집중했다. 추신수 등 SSG 타선에는 까다로운 타자들이 많지만 상대를 신경쓰기 보다는 자신의 구종과 제구를 신경 쓴 함덕주다.
↑ 유광점퍼를 입은 함덕주가 29일 SSG전 등판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
기대 이상의 피칭에 류지현 감독도 반색했다. 류 감독은 “함덕주가 뛰어난 제구를 보여줬다. 시즌 개막 후 투
LG 줄무늬 유니폼과 유광점퍼를 장착하고 함덕주는 선발투수로 반등의 첫 발을 내딛은 셈이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발진에 고민거리가 늘은 LG로서도 함덕주의 호투가 반갑기만 하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