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김하성(26)이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서 고전하고 있다.
26일(이하 한국 시간) 현재 타율이 0.135까지 떨어졌다.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빠른 공에 고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서 패스트볼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
하지만 김하성이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에도 김하성은 빠른 공에 약점을 보였다.
패스트볼에 대한 적응력이 문제이지 패스트볼에 무조건 약하다고 볼 수는 없는 데이터를 KBO리그서 남겼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패스트볼 공략 타율이 0.271에 불과했다.
대부분 타자들이 패스트볼에 강점을 보이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줬다. 오히려 변화구에 더욱 강점을 보였던 것이 김하성이었다.
그러나 패스트볼 공략 타율이 낮았을 뿐 대처 능력까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일단 패스트볼에 헛스윙을 하는 비율이 낮았다. 전체 스윙 중 헛스윙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였다. 그가 상대한 모든 구종 중 가장 낮았다.
전체 투구에 대한 헛스윙 비율도 5%에 불과했다. 패스트볼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이 빨라질수록 대처 능력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김하성은 149km이하 패스트볼에는 0.280의 타율을 기록했으나 150km가 넘는 패스트볼은 0.263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 수치에서도 패스트볼에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반대 근거를 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150km가 넘는 패스트볼에 대해 헛스윙/스윙 비율이 9%에 불과했다. 전체 헛스윙 비율도 4%에 머물렀다. 일단 공을 맞히는 능력은 패스트볼에 대해서도 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김하성이 패스트볼에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응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량의 문제 보다는 적응의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스포츠 데이터 에볼루션 관계자는 “김하성은 헛스윙 비율이 상당히 낮은 타자 중 한 명이다. KBO리그 타자들의 헛스윙/전체투구 비율은 보통 9~11% 정도로 형성된다. 김하성의 헛스윙/전체투구 비율은 불과 6%로, 김하성이 높은 타율을 함께 감안할 때 김하성의 컨택 능력은 상당히 좋은 수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김하성은 150km 이상 강속구에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타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고, 헛스윙도 149km 이하의 볼에 비해 줄어들었다. 하지만 140km이상의 강한 타구속도 타구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고, 땅볼 비율이 매우 늘어나면서 장타율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빠른 공에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정확하고 힘을 싣는 타격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150km 이상 강속구가 많지 않아 표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 김하성의 나이가 어린 편이라는 점, 반응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MLB 진출 시 150km 이상 빠른 공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걱정이 된다면 외국인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는 비율이 다소 떨어졌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2019시즌 김하성은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0.304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외국인 투수를 상대로 0.271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시즌은 KBO리그의 외국인 투수 수준이 전체적으로 향상된 시즌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하성이 외국인 투수들에게 약점을 보였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결국 김하성이 패스트볼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보다 많은 공을 보며 경험을 쌓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시범 경기는 그런 관점에서 김하성에게 매우 좋은 공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패스트볼은 김하성이 자주 접해보지 못한 레벨의 스피드다. 패스트볼 공략에 약점이 있었던 김하성에게는 더욱 어려운 공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하성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 선수다. 패스트볼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증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잘 따라 다녔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성공 확률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김하성이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남은 것은 김하성이 얼마나 빠르게 적응력을 보여주느냐다. 적응 기간을 앞당길수만 있다면 보다 빠르게 평가를 반전시킬 수 있다.
본격적인 적응기에 돌입한 김하성이다.
패스트볼을 잘 따라다니다 보면 언젠가 해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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