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잠실)=정철우 전문기자
LG 필승맨 정우영은 2년 연속 65이닝 이상을 던졌다.
데뷔 첫 해였던 2019년 65.1이닝을 던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75이닝으로 약 10이닝 정도 투구 이닝이 늘어났다.
잔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정우영이 얼마나 많은 이닝을 던졌는지 알 수 있는 수치다.
↑ 류지현 LG 감독이 정우영의 멀티 이닝 투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정우영은 멀티 이닝이 유독 많았다. 고비 때 올라와 위기를 막은 뒤 다음 이닝까지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무리 고우석까지 가는데 정우영 이상으로 믿을 수 있는 투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는 정우영의 활용도가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멀티 이닝을 아예 안 쓸수는 없겠지만 멀티 이닝을 쓰는 빈도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류지현 LG 감독의 새 시즌 구상안에 정우영의 피로도를 관리해주는 것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류지현 감독은 MK스포츠와 인터뷰서 "불펜 투수들의 피로도를 관리하는 것이 새 시즌 목표 중 하나다. 그 중심엔 정우영이 있다. 투수 코치, 컨디셔닝 파트, 전력 분석 파트와 모두 협의를 거쳐 최대한 피로도를 줄이며 등판할 수 있도록 조율 할 생각이다. 정우영의 멀티 이닝이 많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정우영이 멀티 이닝을 전혀 안 던질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자제하려 한다. 많은 논의를 거쳐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 것이다. 피로도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우영은 멀티 이닝에 강한 투수다. 멀티 이닝을 던졌을 때 성적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
1이닝 이상을 던졌을 때 오히려 피안타율이 .150으로 가장 낮았다. 피OPS도 0.419로 제일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이닝 미만을 던졌을 때 피OPS 0.835와 비교하면 매우 큰 차이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을 수 있다.
정우영이 멀티 이닝을 던졌다는 건 그날 컨디션이 좋았다는 뜻이 된다. 고비를 넘기고도 다음 이닝까지 막아낼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경기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각종 수치가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이닝 미만으로 썼다는 건 아껴 쓴 경우도 있겠지만 난타를 당하며 무너진 경우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장기인 땅볼 유도도 1이닝 이상을 투구했을 때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이닝 이상을 던졌을 때 무려 87%의 땅볼 유도율을 보였다.
이닝이 줄어들수록 이 수치도 낮아졌다.
이 역시 숫자의 함정으로 볼 수 있다. 멀티 이닝은 컨디션이 좋았을 때 가능했음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정우영은 얼마나 관리를 잘 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멀티 이닝을 줄여주고 한 이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 정우영의 성적은 보다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LG는 그동안 정우영이 이닝 당 투구수(15.2개)가 적은 점을 들어 멀티 이닝 소화에도 부담이 덜하다는 논리를 폈었다.
하지만 투수의 팔은 무한히 쓸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지금부터 관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LG는 미래를 저당 잡힐 수도 있다.
류지현 감독이 정우영의 피로도 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정우영은 LG 불펜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다. 올 시즌엔 최동환 이정용 등 새로운 얼굴들이 좀 더 힘을 보탤 수 있는 시즌인 만큼 정우영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류지현 감독은 "마음 같아선 불펜의 모든 투수들이 필승조였으면 좋?募�. 물론 불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최대한 피로도 관리를 하며 조정
류 감독의 다짐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좀 더 강력해진 정우영을 만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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