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시범 경기는 정식 경기지만 성적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시범 경기 성적은 단순한 참고 자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감독들에게는 다르다. 같은 값이면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이 타격이 적다.
시범 경기 승.패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감독들이 대부분이다. 시범 경기라고 맘 편히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 한화 선수들이 23일 잠실 두산전을 승리한 뒤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MK스포츠(잠실)=김재현 기자 |
시범 경기 성적만 가지고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하지만 시범 경기도 분명 정식 경기다.
겨우내 준비했던 것들을 시험해 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무대다. 시범 경기서 준비했던 것들이 잘 나오지 않으면 밤 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이 깊어진다고 털어놓는 감독들이 많다.
A팀 감독은 "시범 경기니까 져도 된다는 말은 겉으로 담담한 척 하기 위해 하는 말이다. 시범 경기도 승.패가 중요하다. 경기 내용이 다소 나쁘더라도 이기는 경기를 하면 조금 위안이 된다. 하지만 지는 경기가 늘어나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연습 경기까지도 모두 이기고 싶다. 연습 경기도 연패가 길어지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B감독도 A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시범 경기는 스프링캠프의 연장 선상에 있다. 스프링캠프서 준비했던 것들을 타 팀과 경기서 풀어볼 수 있는 기회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선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타 팀과 경기를 해보면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 수 있다. 이기며 깨달아도 아픈 일이 지면서 알게되면 더 아프게 느껴진다. 시범 경기서도 많이 이기는 경험을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러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경기 운영을 하지는 않지만 지는 것 보다는 이기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시범 경기도 지면 잠을 잘 못 이루게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시범 경기는 보통 베스트 라인업이 우선 출장했다 2타석 정도를 소화한 뒤 백업 선수들로 교체되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경기 후반에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지는 흐름이 상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백업 선수들의 성장을 보고 싶은 것이 감독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특히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들은 시범경기의 승.패가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패배 의식을 걷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C감독은 "일부러 이기기 위해 베스트 라인업을 좀 더 길게 가져가곤 한다. 선수들이 이기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력을 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이길 수 있는 길로 경기를 끌고 가려고 한다. 투수들은 나오는 투수들이 등판 일정이나 투구수가 정해져 있지만 야수쪽은 감독의 재량으로 바꿔갈 수 있다. 가급적이면 이기는 흐름을 만들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패하는 경기가 많으면 선수들이 먼저 기가 죽는다. 시범 경기 성적이 정규 시즌으로 꼭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즌 초반 흐름을 좌우하는데는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처럼 하위권에 쳐져 있었던 팀들은 시범 경기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젊은 팀일 수록 분위기를 타기 때문에 승.패가 더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감독들의 고민은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시작된다. 그 고민의 흔적이 시범 경기를 통해서도 묻어나게 돼 있다. 시범 경기
시범 경기서도 성적이 좋지 못하면 감독들은 불면의 밤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시범 경기 성적이 중요치 않다는 것은 감독들이 아픈 속내를 감추려고 하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butyou@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