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쓸데 없는 것이 두산 걱정"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어쩌면 과거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매년 전력 누수가 있었지만 훌륭하게 메워내며 공백을 지웠다.
팀 성적이 늘 상위권이었기 때문에 늘 화려한 모습만 따라다녔다.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해 냈기에 위기에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 두산 외국인 투수 미란다가 22일 잠실 한화전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잠실=김재현 기자 |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위기의 무게감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일단 마운드에 불확실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어떻게든 마운드가 버텨야 강팀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공격력 약화가 불을 보듯 뻔 한 상황에서 마운드의 힘은 절대적이다.
두산 마운드엔 아직 확실한 것이 많지 않다. 선발도 마무리도 모두 물음표가 달려 있다.
우선 선발이 확실치 않다.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가 빠져나간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지부터 불확실하다.
미란다는 시범 경기 첫 경기서 크게 무너졌다.
22일 잠실 한화전서 1회도 채 채우지 못한 채 0.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사사구를 5개나 내줬고 안타도 3개나 맞았다. 삼진이 2개 있기는 했지만 위압감 있는 투구는 아니었다.
스피드는 150km까지 찍혔다. 하지만 제구가 완전치 않은 빠른 공은 쉬운 먹잇감이 됐다. 힘으로 압도하는 유형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구가 칼 같은 것도 아니었다.
대만 리그서도 삼진과 볼넷이 모두 많은 유형의 투수였다. 이런 유형의 투수는 한 번 자신감을 잃으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22일 경기가 그랬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매우 짰다. 그러자 미란다는 좁아진 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적어도 2선발을 맡아 줘야 할 투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지난 17일 LG와 연습경기서는 선발로 등판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로켓이 2이닝 동안 3실점으로 부진했다.
선발 한 축을 맡아 줘야 할 이영하도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가 어떻게든 해줘야 한다. 선발 한 자리를 맡긴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다만 아직 구위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이 걸린다. 타구에 맞은 부상은 크지 않은데 아직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무리도 아직 확실치 않다. 일단 이승진에게 맡긴다는 계획이지만 이승진이 큰 일을 맡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김태형 감독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가 1년을 마무리로 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집단 마무리를 쓸 생각은 없다. 이승진이 흔들리면 김강률이나 박치국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 스스로도 마무리에 대한 확신을 아직 갖지 못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타선에서도 아직은 물음표가 남아 있다. 최주환과 오재일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2루는 오재원이 맡는다고 하지만 냉정하게 오재원은 지난 2년간 2할5푼 이상을 치지 못한 타자다.
1루수는 더 휑하다. 김민혁과 신성현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누구도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범 경기는 이제 시작
과연 올 시즌에도 두산 걱정은 쓸데 없는 짓이 될까.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불확실성은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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