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전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32·FC서울)이 초등학교 시절 성폭력 가해자였다는 폭로가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으로 번졌다. 어느덧 공론화된 지 3주가 지났고 기성용 명예는 떨어질대로 떨어졌지만 정작 기성용은 조용하다. 폭로 직후 기성용은 "자비란 없다", "법적 대응하겠다"고 맞섰지만 아직 고소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달 25일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 축구 인생을 걸겠다. 필요한 모든 것을 동원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 피해 주장 공개 하루 만이었다. 27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앞으로 자비란 없다. 법적으로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폭로자 측 박지훈(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이달 1일 “피해 주장자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기성용에게 민·형사 소송 제기를 요청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인지 허위사실 유포인지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는 얘기다.
↑ 기성용이 학창 시절 유사강간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에도 다뤄지는 등 날로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 소송 제기는 폭로 3주가 지난 뒤에도 아직이다. 진흙탕 싸움이 불가피한 법정 공방 등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MK스포츠DB |
폭로에 따르면 성폭행 시점은 21년 전이다. 사실이라면 형법상 유사강간에 해당하나 당시 기성용은 촉법소년이었고 손해배상 시효도 끝났다. 범죄 자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방법은 현재 사실상 없다.
따라서 기성용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도 법정 공방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처럼 누구나 사진·영상을 촬영하고 녹음을 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다.
한국축구 역대 최고 미드필더 중 하나인 기성용이다. 2000년 사건에 대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기억’에 따른 주장이 오가는 법정 공방은 곧바로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하다.
과거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세월에 따른 망각이든 자기합리화 등 심리적인 방어기제로 인한 것이든 피해자와 가해자의 기억이 서로 다른 것은 매우 흔하다. 꼭 성폭행 여부가 아니더라도 21년이 흐르면서 이미 잊었거나 숨기고 싶은 흑역사 등이 법정 공방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을 우려할 수도 있다.
기성용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법적으로 모든 조치를 다 취하겠다”는 발언에 앞서 “빨리는 안 되겠지만”이라며 즉각적인 고소에 많은 고민이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대로 잠잠해지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법적 대응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늘어날 것이다.
기성용은 ‘축구 인생’을 걸었지만, 폭로는 사실 여부에 따라 ‘사회적 매장’도 충분히 가능한 내용이다. 피해 주장자 측은 16일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를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한 음성을 공개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기성용의 성기 모양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국가대표팀 주장 출신이 청소년기 동성 유사강간을 저질
기성용으로서는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책임감까지 주어졌다. 법정 공방을 강행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기성용이다. chanyu2@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