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허리 수술 후 재활중이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가 차량 전복사고로 다리를 다쳐 선수 생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즈는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12분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SUV를 몰고 내리막 길을 달리다 차량이 전복하는 바람에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수술을 받았다.
우즈를 구조한 LA 카운티 소방당국은 브리핑을 통해 우즈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두 다리를 모두 심하게 다쳤다고 밝혔다. 사고를 처음 목격한 경찰은 우즈가 자신의 이름을 말할 정도로 의식이 멀쩡했지만, 다리 부상 탓에 스스로 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우즈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복합 골절된 다리를 수술 받았고 아직 수술 경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LA 시내에서 남쪽으로 32㎞ 떨어진 롤링힐스 에스테이트와 랜초 팔로스버디스 경계 도로로 예전부터 사고가 자주 일어났던 곳으로 알려졌다. 제한 속도는 시속 45마일(72㎞)이지만 종종 80마일 이상 속도로 내리막 길을 질주하는 운전자들이 있고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우즈도 당시 과속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즈가 몰던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넘은 뒤 여러 차례 구르면서 반대편 차선의 연석과 나무 등을 들이 받고, 도로에서 9m 떨어진 비탈에서 멈춰 섰다. 사고 당시 차량 앞부분과 범퍼는 충격으로 크게 파손됐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도끼와 끌 등을 이용해 차량 앞 유리를 통해 우즈를 구조했다. 알렉스 비야누에바 LA 카운티 보안관은 우즈가 약물의 영향을 받고 사고를 냈거나 음주 운전을 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즈가 몰던 차는 현대자동차의 2021년형 SUV '제네시스 GV80'으로 현대차 후원으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주최자로 나선 우즈는 최근 LA에 머무는 동안 GV80을 빌려 이용해왔다. 우즈 사고 현장을 처음 목격한 카를로스 곤살레스 카운티 보안관 부국장은 "우즈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SUV 차량 내부는 거의 파손되지 않았다"면서 "우즈가 살아 나온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우즈의 PGA 복귀 시기는 더욱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월 마스터스는 물론 올해 복귀가 가능할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심지어 선수 생활 자체에 위기가 왔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NN은 "최악의 경우 우즈의 골프 경력이 끝날 수 있다"고 했고 AFP통신도 "우즈의 놀라운 선수 생활이 심각한 자동차 사고로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우즈의 사고 소식에 PGA 투어 동료들은 우려와 함께 빠른 쾌유를 바라고 있다. 우즈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가장 친한 사람의 사고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이겨내리라 믿는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필 미컬슨(미국)은 "우리 모두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과 당신 가족이 겪고 있는 이 역경이 걱정된다. 빨리 완치되길 빌겠다"고 SNS에 글을 올렸고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도 "어려움을
골프팬들도 여러차례 부상을 딛고 2019년 마스터스 우승과 PGA 투어 최다승 타이 기록(82승)을 일궈냈던 우즈가 또 다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서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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