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배구계의 안일한 ‘학폭 대처’ [MK시선]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배구계가 좀처럼 학교 폭력 이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학교 폭력 이슈를 대처하는 배구계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더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2월 초부터 배구계에서 시작된 학교 폭력 이슈는 이제 전방위적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최근 몇몇 프로야구 선수에 대한 학교 폭력 가해 폭로가 잇따르고 있고, 이젠 아이돌 멤버들의 학교 폭력 가해 폭로도 나오고 있다.
시작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이었다. 이후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심경섭을 거쳐 삼성화재 박상하에 대한 폭로까지 이어졌다. 이중 송명근·심경섭, 이재영·이다영은 무기한 출전 정지 중이다. 이는 구단의 결정이다. 대한배구협회는 이들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없고, 향후 지도자로도 활동할 수 없는 조치를 내렸다. 다만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들에 대한 별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이후 KOVO는 학창 시절 폭력이 발각될 경우 신인 드래프트 참가 제한이나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물론 이 논란의 시발점이 된 선수들은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따라 적용하기 힘들게 됐다.

↑ 학교 폭력 이슈에 대처하는 배구계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더 키우는 모양새다. 이재영 이다영 박상하(왼쪽부터). 사진=MK스포츠DB

KOVO의 결정이 상식적이기도 하지만, 징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는 시선이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경우에는 같은 팀 주장인 김연경과의 갈등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특히 이다영은 무분별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타인의 사진까지 도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상하에 대한 의혹은 구단이 너무 쉽게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화재는 박상하의 학교 폭력 의혹이 나온 19일 삼성화재는 공식입장을 내고 “박상하와 개인 면담을 했으나 '학폭'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추가조사를 하겠다는 여지는 남겼지만 섣부른 결론이었다. 이에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이는 “대면하자”며 2라운드를 예고하기도 했다.
같은 연고지(대전)를 쓰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대응과는 사무 다르다. 한화는 소속 외야수 A에 대해 초등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전방위적인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피해 주장자와도 접촉하고, 당시 A와 피해 주장자의 주변 인물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뾰족한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사실과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한화 구단은 “피해를 주장하고 계신 분의 일관적인 입장도 존중한다.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단이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한 이유다. 구단의 권한 범위 내에서는 더 이상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는 입장으로 대신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경우에도 최초 흥국생명은 “자체 징계보다는 선수들의 상태가 우선이다”라는 식으로 접근해서 공분을 샀다.
학교 폭력은 아니지만,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박철우(한국전력)를 무자비하게 구타해 물의를 빚었다가 올 시즌 KB손해보험 감독으로 부활한 이상열 감독은 당시 폭력 행위가 다시 쟁점이 되고, 박철우의 작심 발언에 잔여 경기(6경기) 출장 포기라는 ‘셀프 징계’로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책임질 생각보다는 도망치듯 지휘봉을 놔버린 이상열 감독에 대해 “비겁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분위기다. 배구계 전체의 안일한 시선으로는 학교 폭력, 폭력 이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