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고척) 정철우 전문기자
'9억 팔' 장재영(19)이 불펜 등판서 연일 광속구를 뿌리고 있다. 고교 시절 최고 157km까지 찍었던 재능이 고스란히 프로로 옮겨왔다.
그가 불펜 등판을 하는 날이면 불펜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좋은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포수의 경쾌한 미트 소리와 함께 광속구가 계속해서 찍히고 있다.
구속 측정 결과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지만 평균시속 150km 이상을 꾸준히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평균 150km가 나오면 시즌에는 150km 중반 이상을 기대해볼 수 있다. KBO리그 평균에서 10km이상 빠른 구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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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영이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다. 사진=MK스포츠(고척) 천정환 기자 |
그러나 장재영을 마무리 후보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장재영을 보다 멀리 내다보고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키움은 현재 마무리 투수가 부재중이다. 붙박이 마무리 조상우가 수비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무려 전치 12주의 중상이다.
시즌 초반은 확실한 마무리 투수 없이 꾸려가야 한다.
이영준까지 부상으로 빠져 있어 가동 자원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그 때 그 때 집단 마무리 체제를 써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재영에게 부담을 줄 생각은 없다. 구위 면에서는 마무리로도 손색이 없다. 평균 15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는 한국 투수 중 몇 명 되지 않는다.
파이어볼러는 마무리 투수와 잘 어울린다. 양 팀 모두 지쳐있는 시점에서 포수의 미트를 '팡,팡' 울리는 광속구는 상대팀에 압박감을 줄 수 있다.
감독으로서 욕심이 날 만 하다. 주전 마무리 투수가 빠진 자리를 메꿀만한 확실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또 한 명의 파이어볼러 안우진은 무조건 선발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상황. 150km를 꾸준히 던지고 있는 장재영은 욕심이 나는 카드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 큰 투수로 키우기 위해 아직은 참고 기다려야 할 때라는 지론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장재영은 불펜 투구수도 조절하고 있다. 캠프 초반 30개 정도로 끊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 개수를 던지고 있다. 많아봐야 5개 정도 더 던지고 끝난다.
30개 투구에서 충분한 힘을 보여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투구수를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홍 감독은 "캠프에서 이 시기가 되면 근육에 젖산이 쌓여 피로도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장재영의 투구수를 늘릴 계획은 없다. 현상 유지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교 시절 투구 이닝이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훈련량이 많았다. 연습 투구 때 공을 많이 던졌다고 한다. 지금은 조율하며 조정을 해줘야 할 시기"라며 "팀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투수다.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인이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진다 해도 부담을 지나치게 주게 되면 무리하면서 부상이 올 수 있다. 욕심이 난다고 함부로 쓸 수는 없다. 최대한 편한 보직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장재영은 최대한 아끼면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평균 150km를 찍는 광속구 투수는 마무리 투수로 욕심이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보다 먼 미래를 위해 자신의 욕심을 조절하고 있다. 초보 감독으로서 힘든 일이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다.
과연 홍원기 감독의 '장재영 키우기'는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팀과 장재영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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