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롯데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거의 언급되지 않았던 '경쟁'이란 단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롯데는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 번 고정된 라인업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2군에서 좋은 선수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와도 쉽게 올리려 하지 않았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2군에서 잘한다고 올려서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보다 2군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는 지론을 펼쳤다.
↑ 롯데에 지난해 까지 없던 경쟁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포수에선 무려 4명이 경쟁중이다. 훈련을 위해 이동중인 롯데 포수들. 사진=롯데 자이언츠 |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도 허 감독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런 롯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롯데 스프링캠프서 '경쟁'이란 단어를 쉽게 듣게 된다. 감독의 생각이 변한 것인지 선수들이 감독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단 포수는 무려 4명이 경쟁하고 있다.
기존의 김준태-정보근 라인에 지시완과 강태율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허 감독은 이 중 강태율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다.
강태율에 대해서 "비시즌을 정말 잘 보낸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타격 배터리 코치 모두에게 칭찬을 받고 있다. 포수로서 안정감이 생겼고 타격에선 장타력이 좋아졌다. 현재로선 가장 앞서있는 선수다. 물론 아직 실전을 치르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서 고비를 어떻게 넘어가고 위기 관리 능력은 어떤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견수도 치열한 경쟁지다. 주전 중견수였던 민병헌이 신병 치료를 위해 빠지면서 백업들의 경연장이 됐다.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한 강로한을 비롯해 김재유 추재현 신용수 등이 경쟁하고 있다.
허 감독은 이번에도 이들 중 가장 이름값이 떨어지는 신용수를 콕 집어 얘기했다.
"신용수가 정말 좋아졌다. 공.수.주에서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경쟁지를 소개하는 허 감독의 방법은 똑같다. 가장 뒤처져 있어 보이는 선수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량 향상이 잘 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존 선수들에게 보다 자극을 주기 위함도 있어 보인다.
신인 나승엽의 존재도 롯데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나승엽의 원래 포지션은 3루다. 그런데 롯데 3루엔 역시 함께 키워야 할 한동희가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나승엽은 좌익수와 중견수로도 훈련을 하고 있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존재다. 한동희도 지난해 커리어 하이에 안주하지 못하게 됐고 붙박이였던 전준우도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중견수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안치홍이 지키던 2루도 지난해 급성장한 오윤석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처
과연 경쟁에서 이기는 선수는 누가 될까. 또 과연 허문회 감독은 정규 시즌에서도 지금처럼 경쟁 체제로 팀을 꾸려갈까.
답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롯데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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