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이름을 바꿔 성공한다. 이제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는 익숙한 일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이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33)이다. 이제 여자프로골프 선수들 사이에서도 개명 열풍이 불고 있다.
사실 프로스포츠 선수에게 ‘이름’이란 팬들에게 알려진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로, 개명을 선택하기에 포기할 것이 많다. 하지만, 과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던 개명 조건이 완화되며 스포츠계에 개명 열풍이 불었고, 여러 스포츠 선수들이 톡톡한 개명 효과를 맛봤다. KLPGA에도 개명을 통해 새로운 골프 인생을 살아가는 297명의 회원이 있다. 개명으로 새 삶을 사는 KLPGA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승’이라는 단어는 운동선수에게 영예롭고 권위 있는 존재다. 우승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단연 재능이 필수적이고, 더불어 노력과 열정이 요구되며, 때에 따라서는 운도 작용해야 한다. 더 나은 성적, 나아가 우승을 위해 개명을 선택한 선수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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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명 효과를 통해 우승한 정세빈. 사진=KLPGA 제공 |
황정미(22·큐캐피탈파트너스)는 2016년에 황여경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 개최 대회와 추천 자격을 통해 KLPGA 정규투어 4개 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해 성적이 자신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을 보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승을 목표로 정미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이후 좋은 일들로 가득하다고 전한 황정미는 생애 첫 우승을 위해 훈련에 정진하고 있다.
한번 우승의 맛을 본 선수는 더 큰 목표를 설정하기 마련이다. 1승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 승수를 쌓기 위해 이름을 바꾼 선수들도 있다.
박서진(22·요진건설산업)은 박교린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정규투어에서 루키로 활약하며 인상적인 한 해를 보냈다. 당시 박서진은 정규투어 대회가 없는 6월에 드림투어 ‘KLPGA 2019 KBC 드림투어 with 영광CC 1차전’ 우승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이듬해 9월에 열린 ‘제9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with KFC’에서 극적인 첫 정규투어 우승을 이루기도 했다. 2번의 우승 후 개명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박서진은 “사주를 봤는데, 선수 생활과 은퇴 후까지 장기적으로 고려해 받은 좋은 이름이다. 새로운 이름이 마음에 쏙 든다”라고 답했다.
김송연(24·골든블루)은 김혜선2라는 이름으로 ‘SK핀크스 ·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골프팬의 머리에 각인시켰다. 김송연은 과거 이름에 붙어있던 숫자를 떼고, KLPGA에서 유일한 이름으로 변경했다. 새 이름으로 맞이한 2020시즌의 김송연은 ‘KLPGA 2020 한세 · 휘닉스CC 드림투어 7차전’ 우승뿐만 아니라 2021시즌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하는 등 우승 그 이상의 업적을 쌓는 훌륭한 한 해를 보냈다.
스포츠 선수에게 부상은 위협적이며, 대부분의 선수는 늘 부상의 위험 속에 살아간다. 또한, 골프는 멘탈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정신력을 요구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개명하게 된 사연도 있다.
과한 훈련으로 잦은 부상과 멘탈 문제를 겪은 김초연(26)은 부상에 얽매이지 않고, 초연하게 최고가 되기 위해 김도연3에서 김초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초연은 “개명을 통해 더 개선된 체질과 강한 체력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루키로 정규투어 무대를 밟게 된 박보겸(23·하나금융그룹)은 박진하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훨씬 건강한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박보겸은 “개명 이후 일상생활과 골프에서 이타적인 마음을 갖고 긍정적인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골프 외에도 목표하는 것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다. 새로운 이름과 함께 열정이 가득한 삶을 사는 선수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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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명을 한 박서진과 김송연. 사진=KLPGA 제공 |
KLPGA투어 생활을 마치고 국가상비군 코치에 이어 현재 휴온스 골프단 단장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임서현(38)은 과거 임선욱이라는 이름보다 부드럽게 불리는 현재 이름에 편함을 느낀다고 전했고, SBS골프 아카데미 레슨, KLPGA 코스해설, 유튜브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진이(25)는 박소현이라는 이름에서 개명한 후 흔하지 않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개명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