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허문회 롯데 감독은 야구계의 오랜 편견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에 과감하게 반기를 드는 경우가 잦다.
쉬운 길은 아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기에 두려울 수도 걱정이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허 감독의 파격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고정 관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 허문회 롯데 감독이 스프링캠프 브리핑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
가장 최근엔 설날 연휴 휴식이 그랬다.
허 감독은 4일 연휴 중 무려 사흘간의 휴식을 선수단에 부여했다. 설날을 쉬고도 이틀을 더 집에 머물다 훈련장으로 돌아오게 했다.
스프링캠프 도중 사흘을 쉰다는 얘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가끔 감독들이 선수들의 피로 회복과 지루함 극복을 위해 비 오는 날을 끼워 이틀 정도 시간을 주는 경우는 자주 있었다. 하지만 사흘 휴식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야 말로 파격이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설날 연휴를 집에서 보낸다. 야구에 집중하려면 야구장에 오기 전 머리를 깨끗이 비워야 한다.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이번 명절을 마음을 비울 좋은 기회로 잘 활용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훈련에 대한 효율성을 늘 강조하는 허문회 감독이다.
긴 시간을 붙잡아 두지 않는 것이 허 감독의 훈련 스타일이다.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번 설 연휴 사흘 휴식도 그 차원에대 나온 아이디어였다. 명절을 가족과 보내며 선수들이 좀 더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길 바랐던 것이다.
허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초보 감독 시절을 겪으면서 조급한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족과 설날 연휴에 모두 모이는 것이 나도 처음이었다. 쉬는 동안 야구에 관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했고 실제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접목해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에 대해서도 남다른 이론을 갖고 있다.
롯데는 코너 외야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좌익수 전준우와 우익수 손아섭의 수비 범위가 넓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준우는 지난해 스탯티즈 기준 수비 범위 관련 득점 기여에서 1.03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좌익수 중 13위를 차지했다.
손아섭은 -4.41을 기록해 30위권 내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롯데 코너 외야수들의 실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외야 수비가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비와 관련된 국내의 세이버 매트릭스 수치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 입장에선 우리 팀의 코너 외야수들이 각자 자신의 몫은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2년 전 보다는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점차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믿음을 갖고 있다. 우리 외야 수비는 절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너 외야수에 대한 믿음은 중견수 기용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롯데는 수비가 좋았던 중견수 민병헌이 신병 치료 때문에 빠진 상황이다. 어떻게든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
허 감독은 이 자리에 꼭 수비 위주로 자리 메우기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외야 수비가 나쁘지 않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구상이다.
허 감독은 "수비가 중견수 선택의 우선 조건은 아닐 것이다. 공격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외야수들이 충분히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런 허문회 감독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견해로 팀을 이끌고 있다. 선수들에게는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한 번 믿음을 주면 그 믿음을 거두려 하지 않는다.
주위의 일반적인 걱정은 편견으로 묶어 놓는다. 편견을 깨고 그
과연 허 감독은 일반적인 우려를 편견 속에 가둬둘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편견을 스스로 깨며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편견과 싸움을 벌이고 있느 고독한 리더의 하루는 또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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