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막상 지시는 내렸지만 혹시 쉬는 동안 후회가 되진 않았을까. 불안한 구석은 없었을까.
하지만 그의 고개는 이번에도 무겁게 옆으로 돌아갔다. "모든 건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런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설 연휴 사흘을 내리 쉬게 한 허문회 롯데 감독 이야기다.
↑ 롯데 선수단이 캠프 기간 중 사흘 휴식이라는 파격적인 스케줄 이후 정상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
허문회 감독과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4일에 통화를 했다. 개인 볼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넌즈시 물어봤다. "혹시 지금이라도 후회가 되진 않습니까. 캠프 중간에 사흘을 쉰다는 결정이 쉽게 내려지진 않았을텐데요."
하지만 허 감독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조금의 후회나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처음으로 설날 연휴를 집에서 보낸다. 야구에 집중하려면 야구장에 오기 전 머리를 깨끗이 비워야 한다.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이번 명절을 마음을 비울 좋은 기회로 잘 활용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훈련에 대한 효율성을 늘 강조하는 허문회 감독이다.
긴 시간을 붙잡아 두지 않는 것이 허 감독의 훈련 스타일이다.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번 설 연휴 사흘 휴식도 그 차원에대 나온 아이디어였다. 명절을 가족과 보내며 선수들이 좀 더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길 바랐던 것이다.
허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초보 감독 시절을 겪으면서 조급한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야구를 시작한 후 가족과 설날 연휴에 모두 모이는 것이 나도 처음이다. 쉬는 동안 야구에 관한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했고 실제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접목해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선수단의 분위기와 준비 자세에 만족감을 표시한 바 있다.
"선수들이 알아서 준비를 너무 잘 해왔다. 몸 상태들이 매우 좋다. 내가 나설 필요가 없다.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찾아 훈련하는 분위기가 정착됐다"며 흡족한 마음을 표시한 바 있다. 자신이 할 일이 없어졌다는 표현까지 썼다.
설날 사흘 연휴도 그 연장 선상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선수들에게 그만큼 믿고 있다는 사인을 보내고 선수들이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결정에 나머지 9개 구단은 모두 놀라움을 표시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사흘을 내리 쉰다는 얘긴 들어본 적도 없는 신기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캠프 기간 동안 휴식이 길면 안된다는 건 모두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이번 결정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들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문회 감독의 결단은 과연 어떤
이제는 선수들이 답할 차례다. 선수들이 허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낸다면 믿음의 야구는 보다 보편화 되며 선수들에게 자율의 시간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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