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배구계가 학교 폭력 이슈에 휩싸인 모양새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흥국생명)이 촉발한 학교 폭력 이슈가 이제 남자배구로 번졌다. 하지만 역시 안일한 시선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구단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교 폭력과 관련되어 팬 여러분들게 실망시켜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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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명근의 엽기적 학교 폭력 가해 사실에 핵폭탄을 맞은 OK금융그룹. 다만 사과문의 진정성 논란이라는 2라운드를 자초하고 말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이후 A씨는 문제가 불거진 뒤 글에서 거론됐던 현역 선수들로부터 사과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글 쓴 지 하루 만에 기사화되고 평생 연락 한 번 없던 당사자들이 사과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 글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결국 OK금융그룹은 A 씨의 글에서 언급된 학교 폭력 가해자 중 소속 선수인 송명근, 심명섭이 포함됐음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사과문이 이상했다. 배구팬들이 들끓는 지점은 “송명근은 송림고등학교 재학시절 피해자와의 부적절한 충돌이 있었고 당시 이에 대한 수술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사과 입장에서 ‘부적절한 충돌’이다.
고환을 봉합할 정도의 구타는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행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상 중상해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범죄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은 ‘부적절한 충돌’로 축소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앞서 이재영·이다영의 학교 폭력 이슈가 터졌을 때도 소속팀 흥국생명은 징계보다는 “선수들의 상태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뉘앙스로 해명을 해 비난을 받았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10년 여 시간을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은 언급이었다. 이를 두고 ‘2차 가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팬들이 늘
OK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가장 우선시되는 금융회사가 모기업이다. 피해 사태를 축소하려는 시도에 배구팬들은 등을 돌릴 기세다. 학교 폭력 이슈를 바라보는 배구계의 안일한 시선에 혀를 차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