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롯데 신인 나승엽(19)은 현재 롯데 신인 선수 중 유일하게 1군 캠프서 훈련하고 있다. 그만큼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포지션이 다소 애매한 것이 문제다.
나승엽은 원래 3루수다. 그런데 롯데 3루엔 장래의 4번 타자로 키우고 있는 한동희가 자리잡고 있다. 1루로 돌리기엔 나승엽의 수비 범위가 아깝다. 또 지난해 제 2의 전성기를 연 정훈도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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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는 나승엽의 타격 능력을 살리기 위해 외야 전향도 모색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외야 전향이다. 같은 내야수 출신으로 프로 입문 후 외야로 전향해 대박을 터트린 이정후(키움)의 사례도 있다.
그러나 외야수 나승엽을 보기 위해선 몇 가지 장애물들이 남아 있다. 나승엽과 롯데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다.
우선 나승엽의 포지션이 애매하다. 나승엽은 현재 내야 훈련과 외야 훈련을 절반씩 나눠 하고 있다.
외야도 전문 포지션이 있다. 좌익수나 우익수, 그리고 중견수 훈련을 따로 받고 있다.
문제는 롯데 외야의 좌익수와 우익수에 붙박이 선수들이 있다는 점이다. 롯데 좌익수는 전준우고 우익수는 손아섭이다.
나승엽이 외야로 전향한다면 중견수 한 자리만이 남는다.
지명 타자엔 이대호가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엔트리 구성에 여유를 줄 틈이 줄어든 상태다.
문제는 이 중견수 수비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처음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하는 선수들은 주로 코너 외야수를 맡는다. 한 쪽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중견수는 다르다.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수비에 대한 부담이 훨씬 크다.
게다가 롯데의 코너 외야수들은 수비 범위가 넓은 편이 아니다. 전준우나 손아섭의 수비가 리그에서 정상급이라고 하긴 어렵다. 중견수가 짊어져야 할 짐이 그만큼 더 무거운 셈이다.
나경민 롯데 외야 수비 코치는 "나승엽이 발 빠른 내야수 출신이라 그런지 순간 스타트나 볼 쫓아가는 능력은 좋은 편이다. 다만 우리 팀 현실상 외야로 나간다면 중견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변화를 주긴 어렵다. 물론 중견수도 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 훈련 초반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자리라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여러가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자리가 중견수이기 때문에 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감독님이 잘 보시고 최종 판단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중견수 나승엽을 쓰기로 한다면 수비에서 각오해야 할 것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일종의 세금 같은 것이다.
그 세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게 하기 위해선 나승엽의 타격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야 한다.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부터 재능을 터트려야 한다.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이정후의 경우 캠프 연습 경기서 0.286의 타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시범경기서는 4할대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보여준 바 있다.
나승엽도 이 정도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주며 인정을 받아야 한다. 또한 기회가 왔을 때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불붙은 방망이 솜씨로 수비에서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중견수로 활용할 수 있다.
민병헌이 부상으로 빠지면 롯데 중견수엔 공백이 생겼다. 자리를 메울 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나승엽이 자신의 타격 능력을 살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장애물을 해결해야 한다. 나승엽이 '롯데 중견수'라는 조금은 특별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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