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솔직히 발톱에 때도 안되죠.”
박병호(35·키움 히어로즈)의 후계자. 이 말에 키움 내야수 이명기(21)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다만 선배님한테 배우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이름은 익숙하다. NC다이노스에 동명이인 선배(이명기·33)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력을 비교하기에는 키움 이명기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2019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차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4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이명기는 아직 1군 출전 기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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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2021 시즌을 대비해 훈련을 가졌다. 키움 이명기가 1루 수비훈려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이명기는 “파워가 좋은 선수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NC 이명기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고교 시절 KIA타이거즈 도우미로 광주 챔피언스필드에 갔다가 당시 KIA 소속이던 이명기와 만났다. 이명기는 “당시 KIA 코치님들이 제 이름을 알고 계셔서, 장난으로 계속 ‘이명기’를 외치셨다. 그러면 저하고 이명기 선배님이 동시에 ‘네’라고 대답했다”며 “그때 따로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고 말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명기는 2군 대만 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설종진 2군 감독은 “덩치가 큰데 물렁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은 줄고 근육량이 늘었다. 발전을 많이 한 선수다”라고 평했다. 이명기도 “작년 캠프에 가지 못해서, 스스로 쫓기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다가 2군 타격코치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마음을 편히 먹고, 저랑 비슷한 타자들 영상을 많이 봤다. 박병호 선배님과 KIA 최형우 선배님 영상을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체격은 큰데, 내가 힘을 쓰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고교때도 홈런보다 2루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박병호의 후계자라는 말에는 부담을 나타냈지만, 박병호는 이명기에게 우상이다. 이명기는 “(박병호) 선배님하고 매일 펑고를 받고 있다. 선배님이 ‘안전하게 타구는 몸앞에만 떨어뜨리면 처리할 수 있으니까 핸들링 신경쓰지 말고, 안정적으로 하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선배님이 정확하게 안정적인 플레이를 실제로 하시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도 까마득한 후배에게 자신의 스파이크와 미트를 선물했다. 이명기는 “지난해 부상 때문에 고양(2군)에 오셨을 때 방망이 등 용품을 많이 주셨다. 특히 미트를 주신다고 하고, 1군에 가셨을 때는 인편을 통해 보내주셨다. 너무 감동했다”며 “선배님도 기억하신다. 스파이크는 경기에 뛸 때 신으려고 아직 개시를 안했지만, 미트는 길을 잘들였다. 지금 수비 훈련할 때도 ‘박병호’가 새겨진 미트를 착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호에게 선택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배울 게 많다”며 “그냥 TV에서 보던 스타플레이어와 대화를 나누고, 옆에서 플레이를 지켜보고, 물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많이 배우고 싶다”고 다짐했다.
동명이인 이명기 선배와의 만남도 2021년에 그리는 그림이다. 이명기는 “아마 (이명기)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