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연봉만 7억 원이 깎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계약을 했다. 스스로의 몸 상태를 믿었기에 가능한 계약이었다.
LG와 재계약 한 FA 투수 차우찬(34) 이야기다.
차우찬은 3일 LG와 2년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다.
↑ 차우찬이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계약에 사인했다. 자신을 믿었기에 가능한 계약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계약 내용을 보면 속 빈 강정임을 알 수 있다. 20억 원 중 무려 14억 원이 인센티브다. 보장된 연봉은 3억 원. 2년 간 확보한 금액은 6억 원에 불과하다.
차우찬은 4년 전 계약금만 55억 원짜리 초대형 계약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이젠 연봉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짊어 진 계약에 사인을 해야 했다.
LG는 보호 장치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우찬이 어깨 부상으로 지난 시즌 대부분을 날렸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지난해 7월24일 이후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어깨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시즌 중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차우찬의 어깨는 차도를 보이지 못했고 결국 시즌이 그대로 마감됐다.
이 대목은 차우찬의 FA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차우찬이 부상으로 언제든 전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그 결과 나온 제안이 인센티브 7억 원이다. 차우찬의 원래 연봉은 10억 원이었다.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 지난 연봉을 다 보전 받을 수도 있는 계약을 했다.
옵션의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LG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승리에 대한 부분 보다는 이닝에 보다 많은 인센티브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강한 차우찬에 대한 믿음은 LG 역시 갖고 있다. 다만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기에 인센티브가 훨씬 큰 규모의 계약을 하게 됐다.
차우찬은 자신의 몸 상태를 믿고 있기에 무려 14억 원의 인센티브가 걸린 계약에 도장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뛰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계약이다.
또한 정상적인 시즌 소화를 위해서는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자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개인 훈련만으로는 재활을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상의 시설과 최고의 재활 코치진을 보유한 LG다. 추운 날씨 탓에 개인 훈련이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었던 차우찬에게는 든든한 힘을 실어 줄 지원군이다. 당초 올 시즌 개막에는 맞추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인센티브 규모를 보면 차우찬은 개막 시리즈 진입을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우찬은 차우찬을 믿고 도장을 찍었다. 이제 그 자신감이 괜한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계약을 마친 차우찬은 "계약이 늦어져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스프링캠프 합류가 조금 늦어진 만
차우찬이 인센티브를 모두 따내는 순간, LG는 좀 더 높은 곳을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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