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풍운아' 후지나미 신타로(26·한신)가 스프링캠프 첫 날부터 무려 108개의 공을 던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 시즌부터 시도하고 있는 와인드업 자세를 익히는데 역점을 둔 투구였다.
캠프 첫 날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한신 후지나미가 캠프 첫 날부터 108개의 공을 던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진=MK스포츠 DB |
한신 타이거스는 구단 스프링캠프 사상 가장 빠른 2월4일에 연습 경기를 실시한다.
아무리 빨라도 2월 중순은 넘어야 연습 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캠프 초반은 체력 위주의 훈련을 하고 어느 정도 몸 상태가 갖춰지면 실전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한신은 이 틀을 깼다. 캠프 시작 4일만에 실전을 갖기로 했다.
한층 젊어진 한신이다. 후쿠도메 등 베테랑 들이 떠난 자리를 신인급 선수들이 차지했다. 지난해 캠프와 비교하면 약 1.5살 정도가 젊어졌다.
현재 평균 연령은 26.6세다.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의 실전은 선수들에게 그만큼의 책임감을 안겨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비활동 기간 동안 확실히 몸을 만들고 캠프에 입성하라는 메시지다.
이날 경기에 후지나미가 출장할 예정이라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후지나미는 160km가 넘는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하지만 사생활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며 정체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며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선발로 복귀하는 올 시즌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2월4일 연습 경기서 좋은 공을 뿌린다면 희망을 가져봐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준비를 잘 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서 부진하다면 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개막 선발 로테이션 입성을 노리는 후지나미는 이날 라이벌 다카하시, 아키야마 등과 함께 강속구를 던지며 순조로운 준비 상황을 어필했다.
금년부터 임하고 있는 와인드업 투구법에 가세해 퀵 모션으로도 던지는 등 실전 등판을 향한 준비를 했다. 체인지업등도 섞어 불펜내에 힘찬 소리를 울렸다.
후지나미는 "와인드업은 세트 포지션에 비해 1, 2개 동작이 많아진다. 그만큼 흔들리거나 타이밍 차이가 나기 쉽다. 기본이 되어 있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지나미는 스토브리그서 5년 연속 연봉 삭감을 기록했다. 한 때 1억7000만 엔(약 18억 원)이었던 연봉이 6000만 엔(약 6억3000만 원)으로 무려 12억 원 가량 줄어들었다.
한때 리그를 호령하는 에이스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후지나미다. 동기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보다 투수로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에 비해 노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각종 구설수에만 오르며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된 바 있다. 여성들이 낀 파티에서 감염된 것이 알려지며 비난을 받았다.
회복 후에는 팀 훈련에 지각해 무기한 2군 처분을 받기도 했다.
복귀 후엔 선발로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발목을 잡으며 패전이 쌓여갔다.
그러나 2군에서 재승격한 9월 말부터 구원 등판 13경기서 15⅓이닝을 던져 11 안타 16 탈삼진 6사구 4실점으로 역투하며 다시 한 번 가능성을 보였다. 이 시기 평균 자책점은 2.35에 불과했
이후 다시 선발 기회를 잡았고 3경기서 15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야노 아키히로 한신 감독은 후지나미를 내년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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