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이용규(36.키움)는 좀처럼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스스로를 독하게 채찍질 해왔기 때문이다.
작고 왜소하다고 만만히 보이는 걸 가장 싫어했다. 자연스럽게 좋고 싫고의 감정이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믿는 사람들 앞에선 잠시 무장 해제가 되기도 했다. KIA 시절엔 이종범 선배 앞에선 순한 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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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규는 KIA시절 존경하는 선배 이종범을 많이 따랐다. 사진=MK스포츠 DB |
자신의 감정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존경하는 선수라는 것을 느끼게 행동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한 번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달리기에선 누구보다 자신있던 이용규였다. 자신이 팀 내에서 가장 빨리 상대에게 도달할 것이라 자신하고 뛰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더 빠르게 튀어 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종범이었다.
이용규는 "무조건 내가 제일 빠를 거라 생각했는데 선배님이 훨씬 빨랐다. 아직 다리가 살아 있더라. 또 한 번 대단한 선수라는 걸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만큼 이종범을 좋아하고 존경했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다. 이용규는 비단 이종범에게만 잘했던 것이 아니다. 그의 가족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했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자주 놀러왔던 이정후에게도 이용규는 매우 따뜻하고 친절했던 삼촌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이정후는 "항상 야구장에 가면 가장 잘 챙겨주고 이뻐해 줬던 기억이 있다. 어린 마음에 많이 좋아하고 따랐던 삼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종범이 은퇴를 하고 이용규는 한화로 떠났다. 그리고 이정후는 키움에 입단했다. 좀처럼 접점이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이용규가 한화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린 뒤 이정후가 뛰는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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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는 좋아하던 선배 이용규와 한 팀에서 뛰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그저 친한 선수의 합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력면에서도 팀에 힘이 될 수 있는 선수의 합류라는 점에서 이용규를 더욱 반겼다. 이젠 이정후가 존경하는 선배가 이용규가 됐다.
이정후는 "이용규 선배님은 무조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전히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우리 외야가 조금 헐거워져 걱정이었는데 선배가 온 덕에 짐을 덜 수 있었다. 옆에서 많이 배우고 함께 노력해서 좋은 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지난 시즌에도 타율 0.286 120안타 60득점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기
어린 시절 그저 좋기만 했던 삼촌이 든든한 선배가 되어 한 팀에서 뛰게 됐다. 둘의 운명적 만남이 키움 성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mksports@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