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SK와이번스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상수(33)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깜짝 소식을 들었다’는 이야기에 그는 “내가 계약했는데 놀랄 게 어디 있나”며 웃었다.
그렇지만 11년간 소속된 키움히어로즈를 떠나는 게 마음 편할 리가 없다. 그는 “프로야구선수라면 언제 어떻게든 이적할 수 있다. 다만 히어로즈에서 11년을 뛰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별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리에이전트(FA)를 신청한 김상수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키움을 떠나 SK에 입단했다. 계약 기간은 2+1년이며 계약금 4억 원, 연봉 3억 원, 옵션 1억5000만 원이다. 또한, +1년 옵션 계약 행사 시 계약금 1억 원이 추가된다.
↑ FA 김상수(왼쪽)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SK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SK와이번스 제공 |
불펜 강화를 위해 SK가 11일 히어로즈에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협상은 하루 뒤 타결됐다. 히어로즈는 김상수를 내주고 3억 원과 2022년 신인 2차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권을 받는다.
협상이 지지부진했어도 김상수의 잔류를 바랐던 키움 팬이다. ‘성실한’ 김상수는 선수단의 리더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불펜의 한 축을 맡아 히어로즈에서만 402경기(482⅔이닝)를 뛰며 95홀드를 올렸다.
2019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인 40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올랐다. 히어로즈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시즌이다.
그는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필 편지를 남겨 히어로즈 팬과 작별인사도 했다. “11년 동안 부족한 저를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팬 여러분의 편지와 선물은 큰 힘이 됐습니다.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상수는 “내 마음엔 11년 동안 응원해준 팬의 사랑이 남아있다. 어제(12일)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확정된 뒤 밤에 잠이 안 오더라. 책상 위를 봤더니 편지지가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편지를 꼭 쓰라고 계시를 준 것 같았다. 그동안 너무 받기만 한 만큼 내 글씨를 한번 보여주자는 마음에 (자필 편지를) 썼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에 가서) 더 잘하도록 하겠다. 히어로즈 팬도 내게 바라는 부분일 거다. 이젠 상대 팀의 선수가 됐지만,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SK가 김상수를 영입한 배경은 간단하다. 허술해진 뒷문을 다시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SK의 2020년 불펜 평균자책점은 5.94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류선규 SK 단장은 “김상수의 영입으로 불펜 운용에 계산이 설 수 있게 됐다. 불펜투수로서 최근 5년 연속 50경기 50이닝을 달성한 꾸준함에 매력을 느꼈다. (김상수의) 주장 경험이 젊은 투수들의 귀감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라고 했다.
11년 만에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상수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SK에 감사함을 전했다.
김상수는 “이적에 대한 부담이 있다. 단순한 트레이드가 아니라 SK가 투자를 한 거다. 가장 먼저 내게 연락한 구단이다. ‘따뜻한 말’로 나에 대한 가치와 꾸준함을 인정해준 것도 감사하다”면서 “SK에서 잘할 생각만 해야 한다. 원하는 방향의 선수가 되는 게 구단이 가장 바라는 거 아닐까. 솔선수범하고 후배들을 잘 이끌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SK를 택한 이유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