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키움 히어로즈, 정확히는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이에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키움은 29일 오전 전날(28일) 발표된 KBO 상벌위원회 징계 사안에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키움에서 은퇴한 이택근이 키움 구단 CCTV 열람 관련 사안에 대해 구단 및 관계자 징계 요청서를 KBO에 제출한 것으로 촉발된 사건이었다. 일명 ‘팬 사찰 의혹’이었다.
배임과 횡령으로 실형이 확정되고, KBO로부터 영구제명 돼 대주주면서도 구단 경영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이장석 전 대표를 대신해 ‘구원투수’로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허민 의장은 엉뚱한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자체 청백전에 투수로 등판해 너클볼을 던졌고, 2군 구장인 고양구장에서 2군 선수들을 상대로도 공을 던지는 상식 밖 행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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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앞서 2020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손혁 감독의 중도퇴진과 관련해 이런저런 의혹을 샀던 허 의장이다. 키움이 3위를 달리고 있던 시즌 막판이었다. 구단 윗선의 과도한 개입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구단 사유화, 권한 남용 의혹이다. 퇴진한 손 감독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한 부분도 KBO의 조사 대상이었다.
‘팬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 KBO는 키움 구단과 김치현 단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키움도 이 부분은 수용했다. 그러나 허민 의장에 대한 직무정지 2개월 징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은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일단 허 의장은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업무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KBO 징계에 대한 소송은 별도다.
다만 야구계 안팎의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야구인들은 허 의장의 행동을 갑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 OB 모임인 일구회도 “다시는 KBO리그를 ‘야구 놀이터’로 삼지 않기를 키움과 허민 의장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또한 이것을 계기로 키움이 더는 KBO리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KBO가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의장에게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한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도 “KBO 상벌위원회의 허민 의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이 향후 선수 권익을 침해하는 구단의 갑질 행태를 근절시키고, 프로야구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이 되길 기대한다.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허민 의장의 태도는 리그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며 리그 퇴출까지도 고려 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KBO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KBO로서는 제재를 법리적으로 다투겠다는 뜻은 정관과 규약을 법적으로 따져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KBO가 직무정지라는 징계를 내릴 자격이 있는지, 선수를 상대로 공을 던진 게 징계를 받을 정도의 일인지를 법원에서 가리자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밖에 없다. KBO는 정관과 규약에 회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회원은 프로야구단이다. 프로야구단 구성원, 즉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임직원 등을 모두 포함한다. 구성원은 KBO 정관과 규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KBO측은 “리그 구성원은 법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데, KBO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건, 구성원의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라는 반응이다. 그 간 히어로즈 때문에 실추된 프로야구의 명예를 감안한다면, KBO의 반응도 당연할 수밖에 없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