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영(왼쪽)과 고진영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같은 조에서 대결을 벌이고 있다. |
2020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여자골퍼들에게는 '기적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악조건 속에서도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수상자를 배출했고 6년 연속 최다승 국가의 지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상금왕 고진영(25)과 올해의 선수상 김세영(27)이 만들어낸 막판 반전의 드라마는 전율을 느끼게 했을 정도였다.
2021년에도 코로나 19의 영향권에서 완전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지만 LPGA는 총상금 7645만달러를 놓고 경쟁하게 될 34개 대회 일정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지 아마도 예상할 수 없어도 한국여자골프는 2021년에도 새로운 기록들을 써나갈 것이 분명하다.
올해 치러진 18개 대회 중 막판 4개 대회만으로 상금왕에 등극한 고진영은 한국여자골퍼 사상 처음으로 LPGA 상금왕 3연패 도전에 나선다. 고진영은 2018년에도 상금왕에 올랐다. 상금왕 3연패는 한국이 낳은 '골프 여제' 박인비(32)도 아직 이뤄보지 못한 미지의 기록이다. 박인비는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상금왕에 올랐지만 2014년에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 이어 아쉽게 2위를 하면서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2000년대 LPGA 무대에서 3년 이상 연속으로 상금왕에 오른 선수는 안니카 소렌스탐(2001~2005년)과 로레나 오초아(2006~2008년) 둘 뿐이다.
현 세계 1위 고진영과 세계 2위 김세영이 벌이는 '여제의 자리 전쟁'도 2021년 LPGA무대를 뜨겁게 달굴 화제 뉴스가 될 것이다. 현재 세계랭킹 1위 자리는 고진영이 꽉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말부터 현재까지 무려 74주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총 기간으로 따지면 86주 동안 세계 1위 자리에 오른 고진영이 앞으로 20주만 더 채우면 한국선수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1위 자리에 올랐던 박인비(106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세계 1위 누적 기간 1위는 158주의 오초아이고, 109주의 쩡야니가 2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고진영 못지 않게 뜨거운 샷을 날리고 있는 김세영이 세계 1위 자리를 '골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어 둘의 대결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한때 0.41점까지 좁혀졌던 둘의 점수 차이는 지금 1.28점으로 약간 벌이진 상황이다.
한국여자골퍼들이 처음으로 올해의 선수 3연속 수상을 할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항이다.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여자골퍼들이지만 아직 3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적은 없다. 하지만 2019년 고진영에 이어, 2020년 김세영이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면서 2021년에는 3년 연속 대기록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최근의 흐름으로 보면 고진영이나 김세영 둘 중에 한명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여자골프는 또 7년 연속 최다승 국가에 도전한다. 올해 한국 선수들은 총 7승을 합작해 6승의 미국을 극적으로 제쳤다. 2015년부터 6년 연속 LPGA 투어 최다 우승국 타이틀을 이어간 것이다. 특히 올해 최다승 국가가 되는 과정은 한편의 반전 드라마였다. 지난 10월 초 12개 대회를 치르고 마지막 6개 대회만 남았을 때만 해도 한국 여자골퍼들 승수는 3승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역전이 펼쳐졌다. 김세영이 2승을 거두고 김아림의 US여자오픈 우승, 고진영의 시즌 최종전 우승으로 마무리하면서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여자골퍼들이 6연속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쥘 지도 기대되는 스토리다. 2015년 김세영의 신인왕 등극으로 시작된 한국여자골퍼들의 연속 기록 행진은 2016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8년 고진영, 그리고 2019년 이정은으로 이어졌다. 올해 한국여자골퍼 중에서 신인상을 노려볼 만한 마땅한 선수가 없어 연속 기록 행진이 멈출 위기에 빠졌지만 코로나 19 탓으로 신인상 수상자를 가리지 않기로 하면서 연속 기록도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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