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세이부 라이온즈는 올 시즌 1군에서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한 '원조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40)와 재계약 했다. 2000만 엔짜리 초소형 계약이었지만 마운드에서 기대치가 낮은 마쓰자카이기에 계약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한 시대를 풍미한 뒤 메이저리그를 거쳐 지난 2015년 일본 무대에 복귀한 마쓰자카다. 하지만 복귀 후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3년 12억 엔의 거액을 받고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했지만 이 기간 1군 마운드에 단 한 경기 오르는데 그쳤다.
2018년 주니치 드래곤즈에 둥지를 튼 마쓰자카는 6승(4패)을 기록, 부활하는 듯 보였으나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 팬과 접촉하던 중 어깨 부상을 당해 장기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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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부 라이온즈가 마쓰자카 다이스케 재계약했다. 사진=세이브 라이온즈 홈페이지 |
세이부는 왜 더 이상 선수로서 기대치를 갖기 어려운 마쓰자카에게 잇달아 손을 내밀었을까.
일본 야구 매체 풀카운트는 세이부가 이대로 마쓰자카를 보낼 수는 없다는데 마음을 모았다고 분석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로 구단에 공로가 큰 마쓰자카에게 어중간한 형태로 종지부를 찍게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세이부 구단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올 시즌엔 코로나 19 여파로 상품 판매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어느 선수 보다 인기가 좋은 마쓰자카이기에 내년 시즌에는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투수 중에선 팀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도 마쓰자카의 손을 놓지 않는 이유가 됐다.
야수쪽에선 최연장자 콤비인 구리야마와 나카무라가 건재, 야수진에 대해서는 전통이 계승되고 있다. 하지만 투수진은 현 라쿠텐의 와쿠이, 키시, 현 시애틀 매리너스의 기쿠치등이 팀을 떠나 상징적인 선수가 부재한 상황이다. 팀 투수들을 이끌어 줄 정신적 지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이부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이 리그 워스트인 4.28이었다.
세이부 출신 한 야구인은 “감독 코치의 말과 베테랑 선수가 현역으로서 모범이 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젊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14년 만에 팀에 돌아온 마흔 살의 마쓰자카가 현역을 이어가는 의의는 크다는 것이다.
구단 OB들은 마쓰자카가 메이저 복귀 후 소프트뱅크, 주니치 등을 떠돌 때 빨리 손을 내밀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계속된 부상에도 의지를 꺾지 않는 마쓰자카의 정신력도 높이 사고 있다.
세이부 출신 야구인은 “일본 복귀 후 잇따른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마쓰자카였지만, 그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현역을 계속하려는 열의에는 머리가 숙여진다. 돈은 충분히 벌어 왔을 것이기 때문에, 모티베이션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누구나 1년이라도 더 뛰고 싶어 하지만 부상과 체력 저하로 마음이 꺾인 상황에선 그런 마음을 갖기 어렵다. 마쓰자카에게서는 포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감탄했다.
누구나 나약해진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마쓰자카처럼 최정상에 오른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마쓰자카는 최악의 상황에 몰린 자신과 정면 승
구단이나 마쓰자카 모두에게 2000만엔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돈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전설에 대한 예우와 마지막 힘을 짜내려는 영웅의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mksports@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