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의 문제아 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징계에 착수한다. 팬 사찰과 더불어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구단 사유화 논란에 대한 부분도 심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KBO 관계자는 21일 “키움 관련 상벌위원회(이하 상벌위)가 22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고 밝혔다. 이번 상벌위는 전 키움 선수 이택근이 지난달 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대한 ‘품위손상 징계요구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6월에 있었다. 당시 허민 이사회 의장이 고양 2군 훈련장에서 현역 선수들을 상대로 투구를 했다. 허민 의장은 유명한 야구광이다. 과거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자기 자신은 미국으로 건너가 너클볼을 배우기도 했고, 미국 독립리그에서 투수로 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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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야구위원회가 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징계에 착수한다.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사진=MK스포츠DB |
기억에서 잊히던 이 사건은 키움에서 은퇴한 이택근이 지난달 말 KBO에 키움 구단과 관계자에 대한 품위손상징계요구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며 재점화됐다.
이택근은 “(키움 구단에서) 허 의장 투구시 영상촬영을 한 팬에게 언론사 제보 여부와 이유를 자신에게 알아보도록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키움 구단은 “제보 영상을 촬영한 분을 사찰하거나 이와 관련해 이택근에게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KBO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김치현 키움 단장이 이택근에게 배후를 알아봐달라고 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팬 사찰 의혹은 더 커졌다.
KBO는 이와 관련한 조사를 해왔다. 여기에 앞서 허민 의장의 구단 사유화 논란까지도 징계에 포함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키움이 3위를 달리던 시즌 막판, 올 시즌을 앞두고 계약한 손혁 감독을 퇴출시켰다. 자진사퇴로 포장했지만, 계약기간 2년 동안의 잔여 연봉을 지급하는 등 경질이 분명했다. 허민 의장이 시즌 중에 원정경기를 치르는 감독을 여러 차례 호출해 선수 기용과 작전을 지시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히어로즈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외이사인 허민 의장이 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 비정상적이고 몰상식한 행동을 펼쳤다는 의혹이 짙어지자 구단 사유화 논란은 거세졌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중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와 금전거래를 포함한 밀약설이 퍼졌다.
KBO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다만 손혁 감독이 KBO측 조사에 응하지 않아 난항이었다. 이번 키움 상벌위에서도 구단 사유화 논란을 다룬다면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도 있다.
다만 그 동안 키움과 관련한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 수수방관이었던 KBO가 제대로 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 키움은 트레이드 뒷돈, 이장석 전 대표 옥중경영 사건 등으로 프로야구 이미지를 실추시킨 장본인이다. 하지만 사단법인인 KBO 자체 조사로는 한계도 명확했다. 프로야구 구성원이라는
하지만 이젠 KBO가 앞장서서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형사고발을 해야 한다는 야구계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KBO 상벌위에서는 히어로즈라는 악의 고리를 끊고, 제대로 된 철퇴를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