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회장 이근호)가 18일 경주시민축구단 해체를 다시 생각해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경주시의회는 지난 10일 2021년도 경주시민축구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경주시민축구단은 2008년 창단하여 3부(~2012·2020) 및 4부(2013~2019) 리그에서 활동했다.
선수협은 시의회에 “젊은 선수와 경주 지역 축구 꿈나무들, 경주를 방문하는 축구 유소년들의 꿈을 꺽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하 ‘부디 시민축구단을 지켜주세요’ 전문.
↑ 경주시민축구단이 시의회 2021년도 예산 전액 삭감 결정으로 창단 13번째 시즌을 치른 후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K리그 3부리그에 소속된 경주 시민축구단의 해체 이야기였습니다.
경주 시민축구단은 경주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구단입니다. 12월 1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경주 시민축구단은 경주시의회로부터 예산을 전액 삭감당하였습니다.
팀이 한 시즌 동안 운영되어야 할 운영비를 단돈 1원도 받지 못한다면 팀의 해체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김동훈 감독대행뿐 아니라 30명의 선수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경주의 경우 가장 큰 대회 가운데 하나인 화랑대기 전국유소년축구대회를 수년째 개최해오고 있는 도시입니다. 화랑대기가 열리는 기간 동안 경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로 탈바꿈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지자체에 소속된 유소년팀이 출전하는 화랑대기의 본고장 경주. 자웅을 겨루며 앞으로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장소입니다. 이런 축구의 본고장. 축구 도시 경주가 하루아침에 시민축구단 전액 예산삭감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와 선수협 입장에선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젊은 선수들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낸 가운데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작스러운 통보는 더욱더 젊은 선수들의 몸을 얼어붙게 합니다.
몇 개월 전이라도 미리 팀 운영이 어렵다는 언질이 있거나 유예기간이 보장됐더라면 선수들이 살길을 찾아볼 노력이라도 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이 더욱더 슬프게 다가옵니다.
갑작스러운 예산삭감으로 인해 구단 해체 위기에 놓인 선수들이 황망하고 답답한 가슴 소식을 듣고 좌절할까 두렵습니다. 당장 갈 곳이 없어 거리에 나앉게 된 상황에 선수협은 행여나 젊은 선수들의 꿈이 꺾이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12월은 선수들이 새로운 팀을 찾아보기에 늦은 시간입니다. 이미 시즌이 마무리됐고, 내년도 시즌 구상이 이미 들어가 있는 가운데 새로운 팀을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딸
경주시의원 여러분. 다시 한번 청합니다. 바라건대, 젊은 선수들과 경주 지역 축구 꿈나무들. 그리고 경주를 방문하는 축구 유소년들의 꿈을 꺾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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