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제가 잘한 부분이 있나요. 롯데에서 보낸 첫 시즌이 너무 아쉽습니다.”
안치홍(30·롯데)에게 2020년은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 프로 입문 후 한 팀(KIA)에서만 뛰었던 그는 프리에이전트(FA)를 신청해 부산으로 갔다. 첫 이적이었다.
입단식을 성대하게 열었을 정도로 롯데 구단과 롯데 팬의 기대는 무척 컸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시즌이 아니었다. 124경기에 나가 타율 0.286 118안타 8홈런 54타점 49득점 14도루 OPS 0.76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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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치홍은 롯데 자이언츠 이적 후 첫 번째 시즌을 즐겁게 마치지 못했다. 구단, 선수, 팬 모두 만족할 수 없었다. 사진=MK스포츠 DB |
1년 전(105경기 타율 0.315 114안타 5홈런 49타점 45득점 4도루 OPS 0.792)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딕슨 마차도와 ‘센터 라인’을 강화해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책은 11개에서 14개로 더 늘었다.
안치홍은 “롯데 이적 후 너무 아쉽게 한 시즌을 보냈다. 개인 성적도 그렇고 팀도 마지막 무대(한국시리즈)까지 오르지 못해 너무 아쉽다”라고 말했다. 진담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진한 아쉬움이 담겨있었다.
한 시즌만 놓고 평가하면, 성공적인 영입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안치홍도 부정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선수 안치홍’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안치홍은 “공격, 수비 등 모든 부분이 부족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재활도 한 데다 거의 한 달 가까이 많은 경기를 못 뛰었다. 내가 준비를 착실하게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FA 문제로 너무 늦게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조급함도 한 원인이었다. 안치홍은 “롯데 팬의 기대가 부담으로 느끼지 않았다. 꼭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조급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늦어졌다. 동등한 조건이다. 다만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안치홍이 절정의 타격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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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는 1월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안치홍(가운데)의 입단식을 열었다. 그만큼 안치홍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사진은 왼쪽부터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 안치홍, 안치홍의 에이전트인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이사.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그래도 꼴찌였던 팀은 1년 전보다 23번을 더 이기며 순위가 세 계단이 상승했다. 치열한 5강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안치홍은 “작년보다는 순위가 올랐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만큼) 선수들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전혀 만족할 수 없다. 팀 성적은 더 좋아지고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말 그대로 못한 시즌인 거 같다”라고 전했다.
2021년은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안치홍은 롯데와 2+2년의 ‘옵트 아웃’ 계약을 맺었다. 2021년 시즌 종료 후 선수와 구단이 모두 연장에 동의할 경우 연장 옵션이 적용된다. 둘 중 한쪽이 연장을 거부한다면, 롯데가 보류권을 풀며 안치홍은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한 해 농사에 따라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안치홍이다. 이 때문에 각오가 남다르다. 벌써 새 시즌을 준비한다. 1년 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안치홍은 “지금부터 빠르게 새 시즌을 준비하는 건 내년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함이다. 나는 물론 롯데가 더 높이 올라가는 시즌을 만드는 거다. 그게 롯데 팬이 바라는 그림이 아닐까. 요즘 가볍게 운동하면서 지내고 있다.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잘 만들어야 건강하게 시즌을 치를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계약에 관한 생각을 1년 내내 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은 ‘사념’을 떨쳐내야 한다. 내 성격상 그렇게 될지 모르겠는데, 최대한 해보려고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거인 군단에 잘 적응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안치홍은 “초반에는 내가 팀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 같이 좋은 분위기에 흐름을 타고 타선이 폭발할 때 나 혼자 따라가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녹아들면서 좋아졌다. 선후배들이 도움을 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내년엔 분명 더 괜찮아질 거다”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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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치홍은 롯데 자이언츠 이적 후 첫 번째 시즌을 즐겁게 마치지 못했다. 구단, 선수, 팬 모두 만족할 수 없었다. 사진=MK스포츠 DB |
롯데 팬의 열렬한 응원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안치홍이다. 미안함은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는 “내가 롯데에 처음 왔을 때부터 롯데 팬 여러분이 뜨겁게 환영해주셨다. 끝까지 잘할 거라고 믿어 주셨는데 아쉬움만 드렸다. 감사드리고 죄송하다. 내년엔 꼭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