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올해는 운이 좋았습니다. 고마운 분들도 많고요.”
KIA타이거즈의 2020시즌 수확은 최원준(23)이다.
올해로 데뷔 5년 차인 최원준은 지난해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시즌 초반 주전 중견수로 개막을 맞았으나 수비 불안과 타격 부진으로 6월부터 김호령과 이창진에게 주전 중견수 자리를 내주고 백업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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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타이거즈 최원준에게 2020년은 의미있는 한해였다. 이제 여유를 찾은 최원준에게 2021시즌은 도전의 한 해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지난 27일 저녁 전화가 닿은 최원준은 “타격폼에 신경 쓰고, 누굴 따라 해 보기도 했지만, 벤치에 있을 때 ‘고등학교 때처럼 편하게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우연찮게 후반에 기회가 와서 잘풀린 것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후반기는 최고의 활약이었다. 8월 이후 74경기에 모두 1번타자로 출전해 타율 0.348(313타석 276타수 96안타)를 기록했다. 비록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으나 시즌 성적은 123경기에 출전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41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26, 35타점, 72득점, 14도루를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호랑이 군단을 이끌어 갈 유망주로 꼽혔지만, 최원준의 성장은 더딘 듯 했다. 항상 나오는 수비 불안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원준은 수비보다는 타격에 고민이 많았고, 그 고민이 초반 부진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이 유독 많았고, 고마운 한 해였다. 최원준은 “맷 윌리엄스 감독님은 먼저 말씀은 안하시지만, 찾아가서 물으면 대답을 잘해주신다”면서 “못할 때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타격 폼보다는 투수와의 수싸움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젊은 선수들이 눈치 보는 분위기가 있긴 했는데, 감독님이 오신 다음에 그런 분위기가 없어지고,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송지만·최희섭 타격코치에 대한 마음도 같았다. 최원준은 “두 분 다 타격폼은 일절 말씀 안하셨다. 최희섭 코치님은 ‘이 투수하고는 이런 공을 노려봐라’라고 조언해주신 게 잘 맞아떨어졌다. 송지만 코치님은 ‘재능이 있으니 자신감 잃지 마라’고 하셨는데, 정말 힘이 됐다”며 웃었다.
선배 중에서는 최형우가 은인(?)이다. 최형우는 최원준을 특히 각별하게 아끼는 걸로 유명하다. 최원준은 “최형우 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정말 힘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최원준은 중견수 경쟁자였던 이창진, 김호령도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는 “(이)창진이 형은 같이 괌 개인훈련을 가서 수비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줬다. (김)호령이 형의 조언이 수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하는 KIA 마무리 캠프는 기술 훈련 없이 체력 훈련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최원준은 “내가 달리기가 장기인 선수라 시즌 후에는 하체 힘이 빠지는데, 하체 보강에 집중하고 있다”며 “12월 첫째주까지 쉬고, 기술훈련을 병행해서 개인 훈련에 돌입할 생각이다. 송지만·최희섭 코치님이 슬럼프 빠지지 않는 훈련법을 알려주셨고, 올해는 마지막 서너달 방망이가 잘맞았다. 이 기분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2021시즌을 위해 군입대도 미뤘다. 최원준은 “감독님도 말씀은 하시긴 했지만, 내가 결정한 일이다. 내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남 얘기를 듣지 않고, 내 얘기를 들은 것이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감사한 최원준이지만, 따지고 보면 스스로 결정해서 만든 결과물들이었다. 군대를 미루고 2021시즌을 뛰기로 한 것도 자신의 의지였고, 고민에 빠뜨렸던 타격 폼도 스스로 해결했다.
그리고 개인 목표보다는 팀 성적을
점점 더 발전하고픈 마음이 강한 최원준이다. 아직 표정은 앳되지만, 부쩍 성숙해졌다. 최원준에겐 여유가 생긴 2020시즌이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