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카를로스 수베로(48·베네수엘라) 감독은 한화 이글스의 연락을 받은 순간 ‘숙명’이라는 걸 느꼈다.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험난할지 모를 과제지만 그는 흥미롭게 변화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지난 6월 한용덕 감독 사퇴로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쳤던 한화는 11월이 끝나기 전에 신임 감독 선임을 마무리했다. 선수 육성 능력이 탁월한 수베로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독수리 군단을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탈바꿈할 신임 사령탑을 물색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수베로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구단 창단 후 최초 외국인 사령탑이다.
↑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2023년까지 한화이글스를 이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수베로 감독은 “한화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정민철) 단장님이 직접 미국에 방문하시는 등 신경 써주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나와 팀 모두에게 중요한 도전이 시작되는 만큼 시즌 전까지 리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진행하겠다”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수베로 감독은 2001년부터 미국 무대에서 활동했다. 2015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를 육성한 그는 2016년부터 밀워키 브루어스의 리빌딩에 힘을 보탰다.
아시아야구가 낯설다. 그렇지만 흥미롭게 지켜봤다. 베네수엘라 대표팀 감독으로서 대만에서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1라운드 일정을 치르며 새롭게 눈을 떴다.
수베로 감독은 “인생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나에게는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 한화의 연락을 받았을 때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프리미어12를 치르러 대만을 간 적이 있다. 당시 느낀 아시아야구의 열기와 팬 문화에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2018년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도 한국행을 조언했다. 수베로 감독은 “한화의 연락을 받은 후 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관심을 갖게 됐다. KBO리그는 수준 높은 선수들과 팬의 열기가 뜨거운 리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더욱 새로운 도전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친분이 있는 힐만 감독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한화가 수베로 감독에게 바라는 건 한 가지다. ‘쇄신’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데이터 야구에도 능통한 수베로 감독이 젊고 역동적인 팀 색깔을 구축하기를 원한다.
수베로 감독은 구단의 방향성을 정확히 인지했다. 리빌딩 전문가로서 한화를 변화시키는 부분에 흥미를 가졌다.
그는 “무엇보다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구단의 의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다만 리빌딩이라는 것 자체가 어떤 팀에게든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많은 경험과 계획이 있다.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 단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은 부분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자신감도 넘쳤다. 수베로 감독은 “앞으로의 3년은 우리에게 힘든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팀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리빌딩 계획은 우선 한국에 가서 팀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며 구체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소통을 중요시하는 지도자다. 수베로 감독은 “무엇보다 야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고, 서로 존중하는 팀 문화가 우선이다. 나는 구장 밖보다 안에서의 문화와 철학을 존중한다. 가족 같은 팀 분위기. 야구를 즐기는 마음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2020년 KBO리그에서 10위에 머물렀다. 46승 3무 95패로 승률 0.326를 기록했다. 수베로 감독은 꼴찌 팀을 순위표 맨 위에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는 “최종 목표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물론 당장 이루면 좋겠지만 팀이 점차 발전하면서 계약 기간이 끝날 때쯤 그 목표를 달성해서 구단, 선수단, 팬 모두가 함께 즐거워할 수 있으면 좋겠다. 팀이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 역량을 모두 쏟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