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곰의 탈을 쓴 여우, 양의지(33·NC다이노스)가 2020시즌 프로야구 피날레를 장식했다. NC 이적 후 2년째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친정 두산 베어스를 울리며 거둔 우승이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6차전은 NC의 4-2 승리였다. NC는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이날 승리로 4승 2패를 기록하며 대망의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바로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18년까지 두산에서 뛰며 두산 왕조를 구축한 안방마님이었다. 하지만 2018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그해 최하위에 머무른 NC의 러브콜을 받고 이적했다. 4년 총액 125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 24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벌어질 2020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NC 양의지가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올 시즌 양의지는 주장까지 맡았고, 타격에서는 타율 0.328 33홈런 124타점을 기록하는 등 커리어하이 시즌을 기록했다. 포수로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이런 양의지가 친정 두산과 상대로 NC 첫 우승을 이끄는 그림은 최대 이슈였다.
배터리 코치 시절부터 양의지를 국내 최고 포수로 키운 김태형 두산 감독도 미디어데이에서 “저놈이 어떤 놈인데 당연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옛정이란 것이 있으니 알아서 해라”라는 말로 경게를 나타냈다.
하지만 양의지에게 옛정은 없었다. 6경기서 타율 0.318(22타수 7안타)에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1, 2차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양의지는 3차전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1승 2패로 몰린 상황에서 팀원들을 불러모아 보듬으며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했다. 이후 4차전에서 선발투수 송명기의 호투를 도운 양의지는 0-0으로 맞선 6회 2사 2루에서 한국시리즈 첫 타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 결승타였다.
5차전에서는 1-0으로 리드하던 6회 1사 1루에서 두산의 에이스 크리스 플렉센의 공을 받아쳐 결정적인 쐐기 투런포를 때렸다.
특히 시리즈 내내 투수진을 침착하게 이끄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이동욱 감독도 “4번 포수는 양의지 고정이라고 보면된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주장과 포수 역할만 해줘도 충분하다”라고 할 정도로 포수마스크를 쓴 양의지는 NC에서 절대적 의미를 차지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6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숱한 위기에서도 드류 루친스키, 마이크 라이트, 김진성, 송명기, 원종현과 함께 2실점을 틀어막았다. 두산 타선은 3차전부터 이날 6회까지 25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양의지는 NC 유니폼을 입고 2년 만에 팀에 첫 우승을 선사했고, 자신은 그 정상의 중심에 섰다. 2020년 프로야구는 양의지시리즈로 막을 내렸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