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한 김재환은 5년 전의 최형우를 떠올리게 한다. 삼성은 마지막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한 4번타자를 맹신했고, 결말은 ‘새드엔딩’이었다.
당시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우리 팀의 4번타자를 못 믿으면 누가 믿겠는가. 부진하다고 해서 4번타자를 빼는 건 아니다. 계속 믿고 기용하겠다”라고 반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2안타로 타율 0.095에 그쳤다. 타점은 0개였다. 그라운드에 도열한 삼성은 씁쓸하게 두산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 고개 숙인 4번타자. 김재환은 23일 현재 한국시리즈 타율 0.050을 기록하고 있다. 타점은 0개.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
김재환은 최형우보다 부진이 더욱 심각하다. 20타수 1안타로 타율이 0.050에 불과하다. 20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회말에 마이크 라이트를 강판시킨 한 방이 유일한 안타였다. 타점도 없다.
무기력하다. 3차전부터 삼진이 줄었으나 NC의 ‘거미줄’ 수비 시프트를 뚫지 못하고 있다. 4차전에서 네 차례 타석에 섰으나 모두 내야 땅볼 아웃이었다. 3회말 2사 1, 2루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적시타가 터졌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터다.
단순히 타격감만 나쁜 게 아니다. 위압감이 사라졌다. 더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그냥 네 번째 타자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김재환의 안타만큼 보기 힘든 김재환의 장타다. 홈런은 딱 1개였다.
두산은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공격의 활로가 막혔다. 19이닝 연속 무득점이다. 선수층도 얇다. 활용 가능한 대타 자원도 김인태뿐이다. 결국은 기존 자원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하나 피로 누적으로 몸이 무겁다. 30대가 된 주축 선수들은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이 이렇게 1득점을 어려워한 건 처음이다. 돌이켜보면,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제외하면 두산 타선이 화끈하게 터진 적은 없다. 김재환도 그 중심에 있다.
김태형 감독은 4번타자의 부진에 “너무 안 맞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마땅한 4번타자도 없다. 페르난데스 오재일을 둘 수도 없다. 김재환을 아예 라인업에서 뺄 수도 없다.
김태형 감독도 5년 전의 류중일 감독처럼 4번타자를 중용할 방침이다. “지금 와서 바꾼다고 될 것도 아니다. 끝까지 책임지게 하겠다”라며 24일 열릴 한국시리즈 6차전에도 김재환을 4번타자로 기용하겠다는 의사
두산은 OB시절인 1995년 한국시리즈에서 2승 3패로 열세였으나 6·7차전 승리로 극적인 역전 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25년 만에 기적을 꿈꾸는 곰 군단이다. 단, 4번타자의 반등 없이는 불가능한 꿈이다. 김재환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는 한 번뿐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