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크리스 플렉센(26·두산)이 만드는 2020년 가을의 전설은 새드엔딩인 걸까. 에이스도 강행군에 따른 체력 소모와 피로 누적을 피할 수 없다.
플렉센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108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나 개인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듯 시간이 흐를수록 구위 떨어졌고 커브의 각도 무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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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외국인 투수 플렉센은 23일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다.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
게다가 힘이 나지 않았다. 플렉센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두산은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에이스는 외로웠다.
플렉센은 올해 포스트시즌 최고의 선수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역할을 가리지 않고 호투를 펼치며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언터쳐블’이었다. 22⅓이닝 동안 3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이 1.21에 불과하다. 직접 적시타를 맞은 것은 한국시리즈 2차전(2회말 권희동)뿐이었다.
너무 잘 던져서 우려도 더 컸다. 한 번은 부러질 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내용’이 좋지 않았다. 6이닝 동안 피안타 5개와 4사구 5개를 기록했다. 그답지 않은 투구였다. NC의 불운과 자멸이 없었다면 최악의 결말이 펼쳐졌을지 모른다.
닷새 전과는 달랐다. 4회말 2사 후 나성범의 운 좋은 안타가 터지기 전까지 퍼펙트 피칭이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4회말 2사에서 나성범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으나 강진성을 예리한 커브와 150km 속구로 연속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 아웃시켰다.
하지만 미세한 변화였다. NC가 플렉센의 공을 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4차전을 무득점으로 묶인 두산 타선은 5차전에서도 살아나지 못했다. 몇 번의 득점 기회를 얻었으나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플렉센의 볼넷은 1개. 5회초 선두타자 노진혁이 걸어서 1루에 나갔다. 실점의 화근이 됐다. 박석민의 내야 땅볼로 2루에 안착한 노진혁은 알테어의 안타에 홈을 밟았다. 플렉센은 7구 접전을 벌이며 속구로 승부했으나 알테어가 웃었다.
투구수가 많아졌고 체력이 떨어졌다. NC의 타구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치명적인 실투까지 나왔다. 6회말 1사 1루에
플렉센의 포스트시즌 첫 피홈런. 그가 홈런을 맞은 건 9월 27일 KBO리그 잠실 키움전(2회 김하성) 이후 57일 만이었다. 두산의 답답한 공격 흐름을 고려하면 뼈아픈 한 방이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