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1117일과 2⅔이닝. 김강률(32·두산)은 3년 만에 등판한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개인 최다 이닝을 던졌다. 단 1점도 내주지 않은 그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두산에 귀중한 1승을 안겼다.
20일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이는 3타점을 올린 김재호였다. 그렇지만 김강률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6실점을 하며 흔들리던 두산 마운드는 김강률의 등판 후 안정감을 찾았다.
홍건희가 4회초 2사 만루에서 이명기(1타점) 나성범(2타점)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자, 두산은 투수를 교체했다. 김강률이 터벅터벅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 김강률은 20일 열린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 구원 등판해 2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
의외의 카드였다. 그는 필승조가 아니었다. 두산 불펜 투수 중에서 쓰임새가 후순위였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⅓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 만에 첫 기회를 얻었다. 그렇지만 반전의 카드였다.
2017년 10월 30일 KIA와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1117일 만에 한국시리즈 등판이었다. 김강률은 온 힘을 다해 NC의 흐름을 끊었다. 2사 1, 2루에서 양의지를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김강률은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결정구는 스플리터였는데 밀려 들어간 것 같다”라고 했다.
거침이 없었다. 5·6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냈다. 1회초부터 4회초까지 NC 공격이 세 타자 만에 종료된 적이 없었다.
7회초에 선두타자 이명기를 내야안타로 내보냈으나 까다로운 나성범을 초구에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자, 그의 역할이 끝났다. 박치국과 교체.
2⅔이닝. 김강률은 한국시리즈 한 경기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⅓이닝을 던진 게 종전 최다 이닝이었다.
예년과는 다른 김강률이다. 구속도 느려졌고 경기 감각도 떨어졌다. 팀 내 위상도 달라졌다. 그러나 그의 호투는 3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김강률은 평균자책점 1.69(5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다시 한국시리즈를 뛰기까지 3년이 걸렸다. 그는 2018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아킬레스를 크게 다쳤다. 긴 재활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2019년에는 정규시즌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만큼 화려한 복귀 신고였다.
기대 이상의 호투로 김태형 감독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김강률은 “중요한 경기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서 기쁘다. 사실 내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은 등판할 것 같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팀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래도 주어진 각자 몫을 다하고 있다. 김강률은 “선참이 끌고 가
김강률의 통산 한국시리즈 여섯 번째 경기는 언제일까. 그땐 더욱 확실한 믿음의 카드로 출격할 터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