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최대 피해 국가중 하나다. 18일(한국시간)까지 총 확진자 수는 1140만 명이 넘어갔고 사망자는 24만 8000여 명에 달한다.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11월 이후 매일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씩 쏟아지고 있다. 팬데믹 초반 뉴욕같은 대도시 위주로 피해가 확산됐다면 이제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미국의 실패는 처참한 수준이다. 오매불망 백신만 바라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백신의 성공을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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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 외국인 타자 알테어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마스크를 거부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그는 꾸준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안일한 태도를 보여왔다. 방역은 경제와 함께 균형을 맞추며 가야하는 것이 맞지만, 그는 시종일관 경제 재개만 강조했다. 심지어 자신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마스크 착용을 게을리한 것을 넘어 조롱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대통령 선거 당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를 이겼다'며 자화자찬하던 그 자리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스포츠의 재개도 촉구했다. 덕분에 미국내 대다수 프로스포츠가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프로스포츠 운영진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체계적인 검사와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보는 선수들이 있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내야수 트래비스 쇼는 지난 7월 "우리는 2주간의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경기장에서 한블럭 떨어진 곳에 콘토를 구매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공중보건을 위협하거나 규칙을 따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내가 이미 구매한 집에서, 그것도 마스크를 쓰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집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캐나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캐나다 정부는 결국 블루제이스의 토론토 홈경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LA다저스 내야수 저스틴 터너는 월드시리즈 경기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지만, 우승 축하 현장에 다시 등장해 논란이 됐다. 심지어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마스크까지 벗어던졌다. 메이저리그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그에 대한 징계를 내리지 않고 사건 조사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터너의 격리 이탈을 방조한 LA다저스 구단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바다 건너 한국에서 또 다른 선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NC다이노스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29)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MVP로 선정됐지만, MVP 시상과 경기 후 인터뷰를 거부했다.
인터뷰 거부는 선수의 권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유가 조금 황당하다. "알테어가 마스크를 쓰고 말을 하면 호흡이 어렵다고 한다. 정부 방침상 마스크는 필수였다. 재차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KBO와 구단의 설명이다.
평소 꾸준히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왔던 그였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갑작스런 반항(?)이었기에 당혹감은 더했다. 이후 그가 평소 더그아웃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한국시리즈 식전행사에도 마스크없이 등장한 사실이 여러 매체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알테어는 뒤늦게 구단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NC 구단은 "알테어에게 이야기를 나눴고, 본인이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민국 및 KBO의 방역 수칙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본인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 것에 미안함을 표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KBO의 방역수칙을 존중하며 앞으로 지침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KBO는 알테어를 비롯한 NC 선수 네 명에게 ‘선수단 코로나 19 예방 수칙 미준수 사례 처벌 규정’에 의거해 벌금 2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상황은 이렇게 정리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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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 이후 퇴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벗는 세리머니를 하며 사실상 방역 조치를 조롱했다. 미국이 세계 최악의 코로나19 피해국이 된 것에는 그의 지분도 상당하다. 사진=ⓒAFPBBNews = News1 |
앞서 서론이 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알테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의 지지자임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절반은 트럼프를 지지한다. 그의 정치적 신념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난해서도 안된다.
다만 문제는 '검사를 많이하니까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애써 축소시키고 있는 트럼프의 생각을 그도 의심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행동까지 준비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미국에 중계까지 되는 한국시리즈를 자신의 생각을 어필하려는 무대로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획된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명백하게 한국과 KBO, 그리고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준 NC다이노스 구단을 무시한 처사가 된다.
KBO는 의료진과 국민들의 피나는 노력, 그리고 리그 구성원 모두의 희생이 있었기에 144시즌을 별다른 사고없이 치를 수 있었고, 포스트시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이런 노력을 비웃을 의도였다면 2021년 일자리는 '위대한' 그의 나라에서 찾아보기를 권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이것이 억측이라면, 직접 나와서 해명하면 된다. 오해는 풀고,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고 더 나아지면 된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애매한 입장을 남기고 뒤로 숨어버렸다.
알테어는 한국에 오기전 메이저리그에서 6시즌동안 359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다. 직접 해명하지 않는다면 언론은 이 기사처럼 하고싶은 얘기를 마음대로 쓰기 마련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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