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크리스 플렉센(26·두산)이 흔들렸다.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NC 타자들이 생각 이상으로 잘 치기도 했으나 플렉센의 공을 치기 힘들 정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에이스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플렉센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3볼넷 2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97개. 탈삼진 쇼가 펼쳐지지 않고 위태로운 행보가 이어졌으나 효과적으로 NC 타선의 흐름을 끊었다.
정규시즌 3위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던 건 플렉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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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플렉센은 18일 열린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제구가 흔들리며 위기에 몰렸으나 대량 실점을 피했다. 사진(서울 고척)=김영구 기자 |
구위는 물론 제구도 뛰어났다. 59명의 타자를 상대해 3개의 4사구만 허용했다. 등판 경기마다 개인상(데일리 MVP 2번·플레이오프 MVP 1번)을 받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김민규가 대기하나 등판하면 안 된다. 플렉센이 잘 던져야 한다. 그동안 워낙 잘 던졌지만 2차전이 매우 중요하다. NC 타자들이 잘 쳐서 실점하면 어쩔 수 없다. 조금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 후 닷새 만에 등판이었다. 그 여파가 있는 걸까. 한국시리즈에선 다소 고전한 플렉센이었다.
볼이 너무 많았다. 4회말까지 볼넷 3개와 사구 2개를 내줬다. 두산 입단 후 한 경기 최다 4사구 타이기록이었다. 플렉센은 5월 31일 잠실 롯데전에서 볼넷 5개(5이닝)을 기록한 바 있다. 삼자 범퇴 이닝도 3회말뿐이었다.
그렇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두산 수비도 철벽이었다. 빈틈이 없었다. 야수들은 위기에 처한 플렉센을 구했다.
2회말 1사 만루에서 3루수 허경민이 강진성을 병살타로 처리한 데다 4회말 1사 만루에선 우익수 박건우가 ‘보살’로 NC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1~2점 차로 쫓기던 상황이었다. 위기를 극복한 두산은 상승세를 탔다. 맷집이 강해진 플렉센도 탈삼진보다 맞혀 잡는 투구로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행운도 따랐다. 6회말 1사 2루에서 박석민은 6구 접전 끝에 매섭게 스윙했다. 타구는 플렉센의 오른쪽 무릎과 왼쪽 팔뚝을 맞더니 1루수 오재일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라인드라이브 아웃. 오재일은 2루로 송구해 더블 플레이를 완성했다. NC는 플렉센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더블 플레이 5개를 기록했다.
타구를 맞았으나 플렉센은 건강하다. 두산 관게자는 “현재 아이싱 중이다. 병원 검진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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