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에이스가 대미를 장식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2017년 양현종과 2018년 김광현은 한국시리즈 우승의 방점을 찍었다.
그만큼 에이스 카드는 위력적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한국시리즈에서 활용하던 방안이다.
두산은 더욱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플레이오프부터 에이스 카드를 아낄 뜻이 없었다.
↑ 크리스 플렉센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사진(서울 고척)=김영구 기자 |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마운드에는 크리스 플렉센(26)이 있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투수로 예정된 플렉센을 4차전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투수로 기용했다. 무조건 4차전에서 시리즈를 마치겠다는 의미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플렉센의 구원 등판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상황에 따라’라는 조건을 걸었다. 조건은 간단하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은 김민규(4⅔이닝 무실점)의 호투와 최주환의 2점 홈런(4회)으로 흐름을 가져갔다. 그렇지만 불안했다. 두산 타선은 최주환의 홈런 외에 힘을 쓰지 못했다. 무조건 2점 차 리드를 지켜야 했다.
플렉센이 7회초에 등장했다. 그의 투구는 8회초, 그리고 9회초에도 계속됐다. 투구수는 30개. 애초 25개를 염두에 뒀으나 기세를 이어가야 했다. 플렉센은 7회초와 8회초를 각각 공 7개로 마쳤다.
이강철 kt 감독은 한 번쯤 플렉센이 무너질 때가 됐다고 내다봤으나 플레이오프에선 아니었다. kt 타선은 플렉센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플렉센은 “내가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등판했다. 물론 5차전 등판도 준비해야 했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더니 결과가 좋았다. 그래서 9회초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플렉센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7⅓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2실점)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그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올 한 해 동안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기겠다. 나 혼자 한 게 아니라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이다”라고 플레이오프 MVP 수상 소감을 전했다.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뒤 포수 박세혁과 격한 포옹을 했다. 플렉센은 이에 대해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됐다. (두산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한국시리즈만을 바라보고 달려갔다. 마침내 이를 이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큰 활약을 펼칠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큰 경기에 강한 플렉센이다.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1.10(16⅓이닝 2실점)에 불과하다. NC와 한국시리즈는 17일부터 시작한다. 한국시리즈의 첫 번째 선발투수는 플렉센이 유력하다.
플렉센은 “오늘 투구수가 많지 않아서
두산이 통산 7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는 날에도 플렉센이 대미를 장식할지 모른다. 그것은 그의 꿈이기도 할 터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