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마법사 군단의 ‘맏형’ 유한준(39·kt)이 막힌 혈을 뚫었다.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승리를 이끌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12일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kt는 상당히 답답한 흐름이었다. 7회까지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으나 타선이 응답하지 못했다.
1회초 2사 3루-5회초 1사 3루-6회초 2사 1, 2루-7회초 1사 2루 등 네 차례나 득점권 상황을 만들고도 한 방이 없었다. kt 벤치는 고심 끝에 타순을 정했으나 물 흐르듯 이어지지 않았다. 2차전 3회말에 터진 로하스의 홈런을 끝으로 kt의 득점이 없었다.
↑ 유한준이 12일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결승타를 치고 kt에 첫 승을 안겼다.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
두산과 대등하게 겨루고도 경험 부족을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kt 팬에게 다음 경기도 보여드리고 싶다던 강백호의 바람을 이뤄준 건 4번타자 유한준이었다.
두 번(1·6회초)이나 찬스를 놓쳤던 유한준은 세 번째 기회를 움켜잡았다. 8회말 2사 후 황재균의 볼넷과 로하스의 안타로 만든 1, 3루에서 알칸타라의 151km 속구를 힘껏 때렸다. 유격수 김재호가 포구하기 힘든 코스였다. 3루 주자 황재균이 홈을 밟았다.
두산은 뒤늦게 투수를 교체했다. 그러나 악수였다. 뒷문은 앞문처럼 튼튼하지 않았다. 유한준이 돌파구를 마련하자, kt 타선이 ‘매운맛’을 보여줬다.
두산 마운드를 두들겼다. 엄청난 집중력이었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5-0이 됐다. 경기 후반에 타선의 폭발로 두산의 불펜을 무너뜨린다는 ‘빅이닝’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최종 결과는 kt의 5-2 승리.
1차전에서도 0-2의 8회말 2사 2, 3루에서 적시타로 2-2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후배들을 위해 “내가 잘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던 큰 형이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리더는 벼랑 끝에 몰린 kt를 구했다. 그 덕분에 아직 ‘내일’이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