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포기하지 마세요.” 정근우(38)가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꼭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각고의 노력을 다한 끝에 역대 KBO리그 최고 2루수가 ‘될 수 있었다’. 16년간 프로 생활을 하며 수고한 자신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곧 후배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였다.
11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정근우는 ‘프로야구선수 정근우’에 대해 “그동안 잘해왔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했다. 그 자리에서 항상 1등이 되고 싶은 선수였다. 그 꿈을 이뤘다”라고 자평했다.
↑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정근우는 역대 KBO리그 최고의 2루수가 됐다. 사진=천정환 기자 |
2005년 프로에 입문한 정근우는 KBO리그 통산 174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 1877안타 121홈런 722탁점 1072득점 371도루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악마의 2루수’라고 불렀다.
‘역대 KBO리그 최고의 2루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맞다”라며 웃었다. 그만큼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오랫동안 지켰던 정근우다.
하지만 보장된 자리는 아니다.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펑펑 울 정도였다.
시련도 있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에서 세 번이나 ‘입스’를 경험했다. 팔꿈치 수술도 세 차례 했다. 10대 정근우에게 한 의사는 ‘이 (오른)팔로 더는 야구를 할 수 없다’라고 청천벽락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정근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왼팔로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결과적으로 수술도 잘 됐다. 만약 그때 포기했다면 (오늘날의) 프로야구선수 정근우는 없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SK 시절 김성근 전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견딘 정근우는 ‘노력형’이었다. 그는 “(악마의 2루수가 되기까지) 진짜 많이 노력했다. 김성근 감독님의 펑고를 진짜 많이 받았다. 위로는 빠트리더라도 밑이나 옆으로는 절대 빠트리지 않겠다는 각오였다”라고 했다.
승부욕도 강했다. 정근우는 “선수라면 누구든지 경쟁에서 지기 싫어한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키로 야구하는 게 아니라고 외친 정근우다. 현역 KBO리그 최단신 김지찬(163cm·삼성)의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을지도 모른다.
정근우는 “키가 작아도 누구보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에 즐겁고 행복하게 야구를 한 정근우가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될 터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