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이상철 기자
유한준(39·kt)의 한 방에 크리스 플렉센(26·두산)의 포스트시즌 무실점 기록이 깨졌다.
플렉센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⅓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108개.
지난 4일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을 1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던 플렉센은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다. 다만 8회말 승계 주자 2명이 홈을 밟으면서 그의 평균자책점은 0.00에서 1.35가 됐다.
↑ 두산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레센은 9일 열린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쳤다. 사진(서울 고척)=김재현 기자 |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플렉센이 (너무 잘해서) 이제 무너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며 ‘정공법’을 택했다. OPS가 높은 타자를 상위 타순에 배치했다. 황재균 강백호의 테이블세터 카드는 신선했다. 젊은 선수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배정대 심우준을 하위 타순에 뒀다.
이 감독은 선수 개인이 아니라 ‘팀 kt’가 미친 활약을 펼쳐주기를 기대했다. 연결고리가 잘 이어지고 주축 타자들이 폭발한다면, 계획대로 ‘빅이닝’이 가능하다고 봤다.
찬스는 있었다. 2회말 장성우와 배정대의 안타로 2사 1, 3루가 됐다. 심우준이 플렉센의 초구를 때렸으나 2루수 오재원에게 향했다.
박경수는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플렉센을 빨리 강판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회를 놓쳤다.
플렉센의 빠른 공에 힘이 있었다. 변화구도 예리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마찬가지로 탈삼진 쇼가 펼쳐졌다. 5회말에는 세 타자(조용호·배정대·심우준)를 모두 삼진 아웃시켰다. 뛰어난 완급 조절에 kt 타선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kt의 장점을 무력화했다.
투구수 관리도 효율적이었다. 6회말까지 74개의 공만 던졌다. 7회말 투구수가 21개로 많았다. 2사 후 박경수에게 처음으로 볼넷을 허용하기도 했다. 조용호도 네 번이나 파울을 치며 끈질기게 괴롭혔다. 그러나 플렉센은 빠른 공으로 조용호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처리했다.
두산은 투수 교체를 천천히 했다. 끄떡없던 플렉센이 8회말에 흔들렸다. 조용호를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황재균에게 2루타를 맞았다. 좌익수 김재환이 포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사 2, 3루가 되자 플렉센이 강판했다. 두산 두 번째 투수 이영하는 강백호를 범타로 처리했으나 유한준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2S 카운트에서 정면 승부를 택한 게 화근이었다. 플렉센의 2실점으로 기록돼 그의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도 중단됐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