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20 파워쇼케이스' 마지막날 일정이 진행된 9일(한국시간) 글로브라이프필드. 고등학교 선수들의 연습경기가 시작되자 홈플레이트 뒤편 관중석에는 스피드건을 든 사람들이 여섯 명정도 모이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밀워키 브루어스 등 복수의 구단에서 이날 행사를 관찰하러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이들은 경기 초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4회초가 다가오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스피드건은 김해고 3학년 우완 김유성(18)을 향해 있었다. 김유성은 이날 내야안타 2개와 수비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세 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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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김유성의 공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은 5회초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자 하나둘 짐을 싸서 경기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날 이들은 말그대로 김유성의 투구만 지켜봤다. 김유성과 동행한 관계자는 "구단들은 드래프트로 치면 3라운드 지명감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등판을 마친 그는 "다른 것 상관없이 내 공만 던지고 내려오자고 생각했다. 올라가서 잘 던진 거 같다"며 자신의 투구에 대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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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성이 경기 시작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
그의 이름은 한때 전국 뉴스에 오르내렸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지난 8월 NC다이노스에 1차지명을 받은 이후 과거 내동중 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NC는 우선지명을 철회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도 외면받았다.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된 법정 소송이 진행중이지만, 어떤 판결이 나오든 앞으로 그는 당분간 '학교폭력 이력'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야한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친구같은 존재인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그 일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부모님과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야구밖에 없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심정을 전했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