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송아지 엉덩이 뿔난다’가 실감나는 일탈
마라톤 남자 대표선수들 훈련보다 음주가 더 관심
밤새 마시고 새벽운전하다 교통사고 낸뒤 뺑소니
대표팀 해체-선수권대회 취소-회장 사퇴론…일파만파
육상연맹 공정위, 9일 감독 선수에게 제명 등 중징계
[MK스포츠] 국가대표 마라톤선수들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며 남자마라톤대표팀 해체와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 취소에 이어 대한육상연맹 배호원 회장의 사퇴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육상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전 상벌위원회)는 9일 회의를 열고 지난 5일 새벽 4시 강원도 춘천시 근화동에서 발생한 국가대표 남자마라톤 선수들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강원도청 소속인 신광식, 정의진, 황종필 등 3명의 국가대표 선수에게 제명 또는 자격정지 등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며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는 최선근 국가대표 마라톤팀 총감독과 정남균 국가대표팀 코치 등에게도 해임 등의 처벌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연맹 스포츠공정위 관계자는 8일 “9일의 이들 징계는 육상연맹의 차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의 징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으며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을 경우 육상연맹이 대한체육회의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광식 음주운전 차량에 받힌 정의진 다리 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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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사고 여파는 오는 22일 춘천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조선일보 주최 제74회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의 취소까지 불러왔다. 육상연맹은 엘리트 등록선수들만 참가하는 이 대회가 이번 사고로 강원도청 등이 불참, 참가 신청한 김천시청 등 2개 팀으로는 진행할 수 없어 지난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는 손기정 올림픽 제패를 기념해 1946년 창설된 전통의 마라톤 축제였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나 대회 자체가 무산되고 만 것.
한국마라톤, 2001년이후 세계대회 노골드 수모
최선근 감독과 정남균 코치, 신광식 등 3명의 선수가 무더기 중징계를 받은 강원도청 육상팀의 해체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배호원 육상연맹 회장의 퇴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 임원 출신으로 지난 2017년부터 육상연맹회장을 맡았던 배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이어서 ‘혹시 연임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사고로 ‘사퇴’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는 것이 육상계의 관측이다.
한국 육상은 트랙과 필드, 마라톤 가운데 유독 마라톤에서만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했다. 손기정, 서윤복, 함기용, 황영조, 이봉주 등 올림픽이나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가 바로 그들. 하지만 그 금맥(金脈)도 2001년 제105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케냐의 10연패를 저지하며 우승한 뒤 끊기고 말았다. 1997년 1월 고 이건희 회장의 특별지시로 삼성이 육상연맹을 맡아 매년 15억 원 이상 지원하고 있으나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23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43개 종목 129개의 메달이 걸려있었으나 단 1개의 동메달조차 따지 못하는 수모를 겪더니 이번에는 국가대표 마라톤선수들이 음주운전에 교통사고 뺑소니 운전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못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우리 속담이 실감나는 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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