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올해도 어김없이 '실망슬러거' 시상식이 찾아왔다. 각 포지션별 최고의 타격 퍼포먼스를 보여준 '실버슬러거' 시상식에 대응하는 상이다.
이번 실망슬러거는 특히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시즌 자체가 60경기로 단축됐고, 많은 선수들이 리듬을 찾지 못하며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경기 도중 자신의 타석을 비디오로 분석하는 것이 금지됐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은 이를 '멘붕'이라고 표현했다. 경기장 출입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서 루틴에 지장을 받은 선수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사히 시즌을 치른 선수들 모두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최악의 타격감을 보여준 선수들은 있었다. 최소 1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중 포지션별로 가장 낮은 OPS를 기록한 선수를 선정했다. 복수의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들은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포지션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앞서 발표한 '돌든글러브'와 함께 MK스포츠가 자체 선정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지만, 뭐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수상자가 있다면 사무실로 찾아오기 바란다. 사무실 근처 가성비 좋은 한식뷔페가 한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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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리 산체스. 사진=ⓒAFPBBNews = News1 |
뉴욕 양키스 포수 개리 산체스는 이번 시즌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렸고, 결국 OPS 0.618이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카일 히가시오카에게 사실상 주전 자리를 내줬다. 애런 분 감독은 "초반과 비교하면 정말 좋아졌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 결과 아메리칸리그 포수 실망슬러거로 선정됐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야디에르 몰리나가 0.662를 기록하며 선정됐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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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시 벨. 사진=ⓒAFPBBNews = News1 |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시애틀 매리너스 1루수 에반 화이트는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골드글러브를 수상했지만, 타격은 형편없었다. 타율 0.176 OPS 0.599에 그치며 어렵지않게 실망슬러거로 선정됐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조시 벨이 선정됐다. 이번 시즌 0.669의 OPS를 기록하며 데뷔 이후 가장 나쁜 모습을 보여줬다. 실망슬러거 수상자들 중에는 가장 높은 기록이지만, 그답지 못한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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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키 로페즈. 사진=ⓒAFPBBNews = News1 |
캔자스시티 로열즈의 니키 로페즈는 0.552의 OPS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망슬러거를 차지했다. 그가 때린 타구의 55.2%는 땅볼 타구였고, 강하게 맞은 타구 비율은 22.9%에 그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베테랑 유틸리티 선수 조너던 비야는 이번 시즌 마이애미 말린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52경기에 나섰지만, 타율 0.232 OPS 0.593의 실망스런 성적을 남겼다. 마이애미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었고, 2루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기에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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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빈 뉴먼. 사진=ⓒAFPBBNews = News1 |
2019년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강정호와 경쟁에서 완승을 거뒀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케빈 뉴먼, 올해는 44경기에서 타율 0.224 OPS 0.556으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뉴먼은 이번 시즌 삼진 비율이 12.2%로 리그 전체에서 상위 4% 수준의 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삼진은 적어는데 나머지는 엉망이었다. 평균 타구 속도 85.5마일,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 비율 0.7%, 강하게 맞은 타구 비율 28.3%로 모두 리그 최하위 10% 수준에 머물렀다. 실망슬러거로서 손색이 없는 경기력이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니코 구드럼은 0.598의 OPS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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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두아르도 에스코바. 사진=ⓒAFPBBNews = News1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는 이번 시즌 54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주전 3루수로 활약했지만, 타석에서는 타율 0.212 OPS 0.605로 침묵해다.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마윈 곤잘레스는 이번 시즌 53경기에서 타율 0.211 OPS 0.606으로 못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이지만, 3루에서 조금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기에 아메리칸리그 3루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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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고든. 사진=ⓒAFPBBNews = News1 |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알렉스 고든(캔자스시티) 스티븐 피스코티(오클랜드) 팀 롭스(시애틀)가 뽑혔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고든은 4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자신의 마지막 해를 빛냈지만, 타석에서는 타율 0.209 OPS 0.606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오클랜드 주전 우익수 피스코티역시 OPS 0.629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거포는 아니지만, 그래도 앞선 다섯 시즌동안 OPS 0.783으로 꾸준히 활약했던 선수다. 시애틀에서 코너 외야수로 뛴 롭스는 지난해(0.720)보다 떨어진 0.642의 OPS를 기록하며 빅리그의 높은 벽을 다시 실감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그레고리 폴란코(피츠버그) 빅터 로블레스(워싱턴) 타일러 오닐(세인트루이스)가 뽑혔다. 폴란코는 확실히 어깨 부상 이후 예전같은 모습이 아니다. 지난해 복귀 이후에도 42경기에서 타율 0.242 OPS 0.726에 그쳤고, 올해도 50경기에서 타율 0.153 OPS 0.539의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로블레스는 돌든글러브에 이어 2관왕이다. OPS 0.608에 그치며 이름을 올렸다. 오닐은 좌익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지만, 타석에서는 OPS 0.621에 그쳐 실망슬러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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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윈 엔카르나시온. 사진=ⓒAFPBBNews = News1 |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드윈 엔카르나시온은 이번 시즌 44경기를 모두 지명타자로 뛰었지만, 타율 0.157 OPS 0.627로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매 시즌 꾸준히 8할대 OPS를 유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다. 에이징 커브라도 맞은 걸까. 내셔널리그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