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두산이 더스틴 니퍼트(39) 효과를 톡톡히 봤다. 3년 만에 ‘40번 니퍼트’가 새겨진 두산 유니폼을 니퍼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안긴 ‘파랑새’였다.
곰 군단의 영원한 에이스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화제의 인물이었다.
니퍼트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른 건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5⅓이닝 7실점)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투수가 아니라 시구자였다. 두산 선수단과 두산 팬에게 매우 반갑고 특별한 손님이었다.
↑ 더스틴 니퍼트는 4일 열린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한 그는 군더더기 없는 투구를 펼쳤다. 관중석을 향해 여러 번 90도 인사를 하며 퇴장했다.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은 니퍼트는 “시구 제안을 듣고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혹시나 내가 방해될까 우려했다. 그래도 구단이 방역 절차를 잘 알려줘 기분 좋게 마쳤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니퍼트는 두산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1명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에서 뛰며 94승 4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8 917탈삼진을 기록했다. 두 번(2015·2016년)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으며 2016년에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와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을 수상했다.
2018년 kt에서 한 시즌을 더 뛴 니퍼트는 KBO리그 외국인 투수 최초로 100승-1000탈삼진을 달성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전부터 니퍼트의 시구는 큰 화제였다. 그렇지만 니퍼트는 ‘선’을 지켰다. 옛 동료들이 보고 싶었으나 ‘짐’이 되기를 거부했다.
니퍼트는 “시구 제안을 받은 후 따로 두산 선수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영원한 에이스의 ‘배려’에 두산은 온전히 경기만 준비했다. 그리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펼치며 LG를 압도했다. 초반 분위기 싸움부터 완승이었다. 그 출발점이 니퍼트의 시구였다. 두산 팬의 열렬한 환호에 두산 선수단은 사기가 충만했다.
김태형 감독도 니퍼트의 시구가 도움이 됐다면서 “좋은 기운이 우리에게 왔다”라고 흐뭇해했다. “그동안 두산에서 돈도 많이 벌지 않았냐”는 농담까지 하며 귀한 1승에 도움을 준 니퍼트에게 고마워했다.
↑ 더스틴 니퍼트(오른쪽)가 4일 열린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한 뒤 박세혁(왼쪽)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
플렉센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부상으로 두 달간 재활했으나 9월 말부터 두산이 기대한 투구를 펼쳤다.그리고 니퍼트가 관전하는 가운데 역동적인 투
이야기로만 들었던 ‘대단한’ 니퍼트와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플렉센은 “니퍼트의 업적을 잘 알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을 봐서 영광이었다. 키(203cm)가 그렇게 큰지 몰라서 조금 놀랐다”며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