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조급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령탑이 바라본 문제는 조급함이었다. LG트윈스 캡틴 김현수(32)는 다시 가을 문턱에서 작아졌다. 그렇다고 류중일 감독이 김현수에 대한 기대를 접은 건 아니었다.
LG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0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13회 혈투 끝에 4-3으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 2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20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LG가 연장 13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키움을 꺾고 준PO에 진출했다. LG는 3-3 동점이던 연장 13회 말에서 대타 신민재의 끝내기 안타로 4-3으로 승리했다. 신민재가 김현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힘겹게 이겼지만, 곱씹어 볼 부분도 있다. 2번타자로 배치한 김현수가 기대만큼 활약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6타수 1안타 1삼진으로 부진했다. 안타도 내야안타였다.
유독 가을 무대에서 작아지는 김현수다. KBO리그 통산 타율 0.322 1799안타를 기록한 김현수는 별명이 ‘타격 기계’일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이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포스트시즌만 가면 힘을 쓰지 못했다. LG로 팀을 옮기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난해 포스트시즌 타율은 0.190(21타수 4안타)이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타격감이 떨어진다. 올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늦어지면서 10월에도 23경기에 나갔으나 타율(0.207)은 2할을 겨우 넘겼다.
결국 김현수 대신 12회말 대주자로 출전한 신민재가 13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LG는 진땀승을 거뒀다. 중심이 돼야 할 김현수부터 막히니 타선 전체가 답답했다.
사실 2위가 유력했던 LG가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데는 타선의 침묵이 큰 원인이었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김현수를 2번으로, 로베르토 라모스를 4번으로 기용하며 타선이 원활하게 연결되길 기대했다. 결과는 좋지 않다.
김현수의 타구질이 좋지 않자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김현수가 가을에 성적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두산 시절부터 안 좋았던 것이 머릿속에 있어선지 자기 스윙을 하지 못했다”며 “조급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베테랑이라도 조급증이 있으면 변화구에 따라가는 스윙을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물론 마지막 타석 내야안타는 긍정적으로 본 류중일 감독이다. 류 감독은 “원래 타격이 안 될 때 빗맞은 안타가 나오면서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잘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LG 이적 후 친청 두산과 첫 포스트시즌 대결을 펼친다. 올 시즌 두산전에는 16경기에서 타율 0.367(60타수 22안타)를 기록했다. 홈런은 4개였고, 16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친정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류
타순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류중일 감독의 구상도 그렇고, 김현수는 2번으로 갔을 때가 가장 좋았다. 힘겹게 치른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김현수의 타격 혈이 뚫릴 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