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한 판으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LG는 상처투성이다. 키움과 4시간57분의 접전을 펼치며 힘을 뺐다. 특히 마운드 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LG는 2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투수 7명을 투입했다. 키움(9명)보다는 적었으나 주축 투수가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특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비 카드로 뒀던 임찬규까지 내보내야 했다. 임찬규는 13회초에 등판해 18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는 많지 않으나 안타 3개를 맞고 1실점을 했다. 13회말에 타선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LG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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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마무리투수 고우석은 2일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10회초 4사구 3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승장 류중일 감독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여러 차례 끝내기 기회를 놓친 걸 아쉬워했다. 헛심을 쓰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선착해 기다리는 두산에 좋은 일만 해준 꼴이었다. 플레이오프의 2위 kt, 한국시리즈의 1위 NC도 웃고 있다.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는 4일부터 시작한다. LG는 재충전에 집중한다. 3일에 훈련 없이 휴식만 취한다.
그렇지만 류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가을야구는 결국 투수 싸움이다. 마운드를 높여야 하나 카드가 마땅치 않다. 준플레이오프 1~3차전 선발투수부터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다.
올해 준플레이오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3전 2선승제로 진행한다. 1·2차전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LG는 외국인 투수를 내세울 수 없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 최다 탈삼진(10개) 기록을 세운 ‘에이스’ 케이시 켈리는 97개의 공을 던졌다. 현실적으로 선발투수 켈리의 등판은 플레이오프 1차전이다. 구원 등판으로 쓰려고 해도 7일로 예정된 3차전 정도다.
팔꿈치 염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타일러 윌슨이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류 감독은 윌슨이 3차전에나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고 했다. 연막작전이 아니라면, 1·2차전 중 한 경기를 잡아야 윌슨과 켈리 카드를 쓸 수 있다.
이민호와 정찬헌을 우선 고려할 터다. 전천후가 가능한 임찬규를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다르게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투수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크리스 플렉센, 라울 알칸타라를 내세울 두산과 비교가 된다.
뒷문도 흔들린다. 마무리투수 고우석은 10회초에 제구 난조를 보이며 4사구 3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진해수가 서건창을 봉쇄하지 않았다면, LG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아니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준비해야 했다.
포스트시즌 특성상 총력전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출격해야 한다. 그렇지만 고우석의 투구수도 40개였다. 많은 공을 던질수록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1년 전 가을야구에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고우석이다. 뒷문도 LG의 불안 요소가 됐다.
류 감독은 “공이 높게 제구돼 교체했다. 한타자를 더
경험만 쌓으면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지금 LG에 필요한 건 ‘견고한 뒷문’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