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그냥 즐겁게 왔습니다. 오늘 하루 잘 놀다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막 등판, 마지막 투구. SK와이번스 윤희상(35)에게는 현역 생활 마지막날.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윤희상은 3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시즌 최종전 선발로 나선다. 다만 한타자만 상대하기로 LG와 합의가 됐다. 원래 이날 선발은 박종훈이었다. 하지만 은퇴를 선언한 윤희상을 위해 SK는 이날을 은퇴 경기로 치르기로 했다.
↑ 3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20 KBO 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이날 시즌 후 은퇴하는 SK 윤희상이 선발 투수로 나와 1회 한 타자를 상대한 후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경기장을 깜짝 방문한 김광현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받고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윤희상은 “그냥 즐겁다. 은퇴 발표하기 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움을 받아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이 많았는데 오히려 주위에서 신경을 써주셔서 오늘 하루는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게, 야구장에 나가서 제일 신나게 하루 놀다오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승부하는 한 타자와 어떻게 승부를 하겠냐는 질문에 “스트라이크 잡아 들어가야죠”라며 “사실 선발 전날에는 많은 생각을 하다 잠들었는데,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가 되어 그런지 어제는 아기들과 놀다 아무 생각 없이 잠들었다”고 덧붙였다.
SK를 상징했던 우완 에이스였다. 그러나 윤희상은 겸손했다. 그는 “한 번 더 던져보고 싶은 생각에 수술까지 결정했을 때, 은퇴를 발표할 정도의 선수까지는 아니니까 그만 둬야겠다 어느 정도 생각은 했다. 구단에서 수술을 시켜주고, 재활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한 번 쯤은 다시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했다”며 “중간중간 심한 통증이 와서 다시 어깨가 악화됐을 때도 2군에 계시던 김경태 코치님, 전병두 코치님 등 코치님들이 다 격려해 주셨다. 결국은 2군에서도 던졌고, 마지막에 1군에서도 던질 수 있어서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경기 시작 후 마운드에 오른 윤희상은 LG 1번타자 홍창기에 초구로 볼을 던졌다. 이후 스트라이크 2개를 연거푸 던지며, 자신의 다짐을 지키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7구 승부 끝에 홍창기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윤희상의 현역 마지막 투구가 끝났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가 공을 받았다. 야수들이 마운드 모여 윤희상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길은 불펜투수들이 일렬로 서있었다.
↑ 3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20 KBO 리그"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이날 시즌 후 은퇴하는 SK 윤희상이 선발 투수로 나와 1회 한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김광현이 나타날 것이라 사실을 몰랐던 윤희상은 껄껄 웃었다.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던 김광현과 뜨거운 포옹을 했다. 윤희상이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던진 날, SK행복드림구장의 팬들은 박수로 윤희상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