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한동희 1루수요? 죄송한데, 누구한테 들으신 겁니까?”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던 허 감독이다. 프런트와의 ‘소통’을 강조했지만, 감정의 앙금은 남은 듯 했다. 대형 신인 내야수 나승엽(18·덕수고)에 대한 활용에 관한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만난 허문회 감독은 “성적 안 난 건 제 책임이다. 어제도 말씀드렸다”고 침통하게 말했다. 다만 “어제 안오신 기자님들이 물어보시는데, 계속 제 책임이다라고 얘기하게 된다”며 다소 뿔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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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 핫코너를 책임지고 있는 한동희(왼쪽)과 허문회 감독(오른쪽). 사진=MK스포츠 DB |
그러자 메이저리그 진출에 선언했다가 마음을 돌리고, 롯데와 계약한 2021년 2차 신인드래프트 2라운더 나승엽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주로 3루수로 나선 나승엽의 활용법과 관련해 3루수 한동희(21)의 1루수 전향과 관련 있는 질문이었다. 한동희는 올 시즌에도 1루수로 출전했다. 이대호(38)의 1루수 기용과도 맞물려 있었다. 다만 질문의 취지는 예상이었다. 언론의 입장에서는 내년 시즌 구상에 대해 충분히 물어볼 수 있다. 이미 이와 관련해 예상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허 감독은 “누구한테 들은 얘기냐? 혹시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며 반문하며 “나승엽의 실력은 신문 기사나 얘기만 들었다. 한달 정도는 직접 봐야 한다. 나 혼자 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구단하고 어떻게 할지 회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저런 질문에는 “스프링캠프에서 지켜보겠다”라고 감독들이 모범답안처럼 얘기하는데, 허문회 감독은 못마땅스런 눈치였다. 그러면서 “이대호가 나이가 많다고 하는데, 홈런도 20개 치고, 타점도 100개가 넘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허문회 감독은 감정을 드러내는 직설 화법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자신을 향한 비판 기사 때문인지 무성의한 태도로 공식 인터뷰에 응했다가 뒤늦게 사과하기도 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유독 프런트와 갈등을 표면화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 받고 있다. 앞서 허 감독은 질문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방출 선수들 뉴스 잘봤다. 나도 기사 보고 알았다”는 돌발 발언으로 관계자들을 뜨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2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선 “선수들은 구단의 자산이지만, 감독과 코치들은 (자산이) 아니다. 감독은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선수들은 남아서 계속 야구를 해야 한다”는 맥락이 이
다만 이후 구단과 소통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나왔던 허문회 감독이다. 그래도 감정의 골은 숨길 수 없는 듯 했다.
가벼운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한 허문회 감독이 프런트와 어떻게 소통할지, 올 겨울 롯데를 주목할 눈들이 많아질 것 같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